'두근두근' 간절한 소망 품고 황톳길 걸어볼까
"와우~"…광활한 돌리네습지 매력에 빠져볼까

문경은 새재길이 유명하다. 산 좋고 말 맑은 문경에 볼만한 곳이 어디 문경새재 뿐일까. 가족, 친구와 함께 오붓하게 즐길만한 곳이 곳곳에 있다. 문경새재 가까운 곳에 산악형 모노레일이 문경 관광력량을 높이고 있다. 왕복 3.6㎞의 단산관광모노레일이 인기라는 얘기다. 단순히 모노레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승강장 주변에 숲속캠핑장, 썰매장, 하늘쉼터, 초승달토토존 등이 특별한 감성을 자극한다. 굴봉산 자락에 ‘천상의 화원’으로 불리는 돌리네습지도 볼만하다. 돌리네는 땅 속 석회암이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으면서 만들어진 깔때기 모양의 지형이다. 생태가 잘 보존돼 있는 돌리네습지에는 731종의 동식물이 산다. 주말, 문경의 새로운 관광지에서 코로나 블루를 훌훌 날려 보내면 좋을 것이다.사진은 문경단산 초승달 포토존.

문경은 조선 후기와 근현대 도자기 산업의 전통을 간직한 도시다.

‘2020 문경찻사발축제’가 ‘랜선타고 ON 문경찻사발이야기’란 주제로 15일까지 On-Line 축제로 진행 중이다.

올해 축제는 축제공식홈페이지 ‘www.sabal21.com’, 유튜브채널 ‘차담이TV’, 아프리카TV ‘차담이TV’ 등 다양한 온라인채널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나 참여할 수 있다.

이학천 선생 ‘청화백자목단문항아리’
김정옥 선생 ‘정호찻사발’

온라인 전시공간에서 아쉬움을 느낀다면 내 손안의 전시관을 실제로 느낄 수 있는 문경도자기박물관, 문경도자기홍보판매장 전시실을 찾아 전시작품을 감상하고 각 요장을 둘러보며 경품도 받는 요장투어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축제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

문경문화관광재단 관계자는 “올해 22회째를 맞이하는 문경찻사발축제는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상황 속에서 축제 전용 플랫폼을 통해 도자기 시장 확장뿐 아니라 언택트 관광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추운 겨울을 따뜻하고 재미있는 추억으로 만들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천한봉 선생 ‘흑유화병’

문경지역 도자기는 인근 지역의 질 좋은 흙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고 황장산·포암산·주흘산 등지에선 도자기를 구워낼 수 있는 땔감이 충분히 공급된 데서 시작됐다.

문경도자기는 전통 장작가마에서 1천300도 이상 고온으로 구워낸다.

망댕이가마를 사용해 전통방식으로 제작하므로 역사와 정통성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문경망댕이 사기요는 1843년경 축조해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제135호로 지정됐다.

문경시에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김정옥 사기장을 비롯한 2명의 대한민국 도예명장과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4명이 활동하고 있어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도자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40여 요장의 장인·도예가들이 전통을 계승해 요업을 이어가고 있다.
 

문경새재 과거길.

□ 이야기 따라 걷는 문경새재

백두대간의 중심에 위치한 문경의 고갯길 하늘재와 문경새재는 낙동강과 한강을 잇는 주요 교통로였다.

수 백년 간 민초들의 발길이 이어져 온 문경새재 황톳길은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도, 물건을 팔러가던 장돌뱅이들도, 왜적을 막으려고 의연히 일어난 의병들도, 박해를 피해 숨어들었던 천주교도들도 저마다의 간절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 지났던 곳이다.

이렇듯 민초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문경새재에 숨겨진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문경새재 바위굴.

△사랑이 이루어지는 바위굴과 새재우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던 어느 날, 문경새재를 지나던 남녀가 각각 비를 피해 바위굴로 들어왔다가 우연히 만나 깊은 사랑을 하게 되고 헤어진 후 여인은 홀로 아이를 낳게 됐는데, 아이가 성장하자 새재 바위굴에서 아버지와 만나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후 아이는 아버지를 찾아 헤매다 마침 비가 내려 주막을 찾게 됐다. 이 주막에서 만난 중년의 선비가 중얼거린 한 마디 “어허, 참. 그 빗줄기가 마치 새재우 같구나!”에 아비임을 알아보게 되는데….

이로 인해 바위굴에는 ‘연인이나 부부가 들어가면 사랑이 깊어진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문경새재 초점 ‘낙동강발원지’.

△낙동강 발원지 문경새재 초점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은 한반도에서 압록강 다음으로 긴 강으로 동국여지승람에 등장한 ‘상주’의 옛 지명인 ‘낙양’의 동쪽을 흐르는 강이라는 뜻이다. 그동안 낙동강의 발원지는 태백의 ‘황지’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세종실록지리지’에 따르면 낙동강의 발원지는 태백 황지, 문경 초점, 영주 소백산으로 기록돼 있다. ‘초점’이란 ‘풀(억새)이 많은 고개’라는 뜻으로 문경새재를 말하는 것이다. 대로변에서 조금 벗어나면 낙동강 3대 발원지 중 하나인 초점을 볼 수 있다.
 

문경새재 책바위.

△장원급제의 염원을 담은 책바위

옛날 문경새재 인근에 살던 큰 부자가 천신만고 끝에 아들을 얻었으나 너무도 병약해 문경의 유명한 도사에게 물으니 “당신의 집을 둘러싼 돌담이 아들의 기운을 누르고 있으니 아들이 직접 담을 헐어 문경새재 책바위 뒤에 탑을 쌓아 치성을 드리면 장원급제를 할 것이오!”라고 했다.

도사가 이른데로 삼년에 걸쳐 돌을 옮기는 동안 아들은 건강이 좋아져 장원급제까지 했다고 한다.

이후 문경새재를 통과하는 과객들은 모두 ‘책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었다. 지금도 입시철만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소원을 빌고 있다.
 

문경단산 별별소원길

△단산관광모노레일

문경새재 인근에 위치한 단산(해발 956m)에 산악형 모노레일이 운영 중이다. 단산관광모노레일은 문경시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문경의 관광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4월 운행을 시작해 문경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단산관광모노레일은 편도 1.8㎞, 왕복 3.6㎞에 달하는 장거리 산악 모노레일로 평균경사 22도, 최고경사 42도의 스릴을 만끽 할 수 있는 북쪽 능선을 따라 상부승강장까지 오르다보면 조령산, 주흘산 등 백두대간의 광활한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8인승의 아담한 모노레일이지만 최고 42도 구간을 지날 때는 마치 우주왕복선을 탄 기분마저 든다. 소요시간은 상행 35분, 하행 25분이 소요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출입문을 겸한 시원한 창은 백두대간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도록 시야를 확보해준다.

한편, 단산에는 모노레일과 더불어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돼 있다.

상부 승장강 주변에는 ‘숲속캠핑장’,‘숲속썰매장’,‘하늘쉼터’,‘그네포토존’,‘초승달포토존’ 그리고 소원을 적어 매달아 놓을 수 있는 ‘별별소원길’이 조성돼 있고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어 백두대간을 감상하며 짜릿한 경험도 가능하다.

하늘을 날아보고 싶다면 하부승강장 인근에 위치한 ‘문경활공랜드’를 이용해보자. 누구나 체험비행을 통해 하늘을 날며 멋진 풍경을 안전하게 만끽할 수 있다.
 

돌리네습지

△ 굴봉산이 간직한 천상의 화원, 돌리네습지

굴봉산(해발 390m) 자락에 위치한 돌리네습지(270~290m)는 2011년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생태, 경관 우수지역 발굴’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곳은 석회암 지역으로 이뤄져있지만 특이하게도 물이 풍부하게 고여 있어 한여름에도 마르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발굴되기 전까지는 인근 마을의 주민들이 화전을 일궈 논농사와 밭농사를 해 왔다. 2017년 6월에 환경부 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을 설득해 사유지인 논과 밭을 매입해 생태계 복원 및 탐방로 조성공사를 진행중이다.

‘돌리네(doline)’는 땅 속의 석회암이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으면서 만들어지는 깔때기 모양의 오목한 지형을 말한다.

돌리네습지에는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어 731종에 이르는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멸종 위기 야생동물도 6종이나 서식하는 원시에 가까운 야생동식물의 천국이다. 때문에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습지를 가로질러 놓여있던 시멘트 도로를 제거하고 앞으로 습지를 찾아올 전국의 관광객들로부터 자연훼손을 최소화 하고자 탐방로를 만들고 있다. 습지 인근에는 넓은 도로와 주차장을 조성하고 있어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평생을 살아온 마을 주민들이 돌리네습지 해설사로 활동하며 돌리네습지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족살찌개.

△ 탄광촌 광부의 ‘족살찌개’

족살찌개는 탄광촌이 활황이었던 1970~80년대 광부들끼리 고단한 일상을 위로하며 즐겨먹던 음식이다.

당시 광부들은 목에 낀 탄가루가 기름기 많은 돼지고기와 함께 씻겨 내려간다고 생각해 돼지고기를 즐겨 먹었으며 고기와 어우러진 국물은 막걸리 한잔과 함께 고단한 일상의 쉼표가 돼준 작은 휴식이었다.

1990년대 들어 탄광이 줄어들면서 연탄의 시대는 저물었지만 막장에서 구슬땀을 흘린 이들의 특별한 밥상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광부도시락.

문경의 족살찌개는 옛 광부들의 스토리를 더해 지역의 특색이 녹아있는 음식브랜드이다.

외지인들에게는 생소하고 재미난 이름이라는 점에 아이디어를 얻어 지난해 1호점 ‘수정식당(가은읍 대야로 2478-1)’을 선정했고 올해 2·3호점 ‘황토성(문경읍 새재2길 18)’ ‘매봉산(문경시 매봉1길 7)’이 각각 탄생했다. 약돌돼지의 쫄깃함과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맛을 맛볼 수 있어 쌀쌀함이 깊어가는 지금 제격 음식으로 추천한다.
 

황진호 기자
황진호 기자 hjh@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