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학강미술관장
김진혁 학강미술관장

작년 늦가을쯤 에 두 종류의 미술관련 기사가 나란히 신문에 소개되었다. 하나는 한국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의 대표작 ‘우주’가 131억8천 750만원에 홍콩 크리스티경매에 낙찰되어 한국미술품 중 최고의 경매가를 기록했다는 사실이었다. 그 옆의 기사에는 대구 팔공산 옛 모습이 담긴 ‘시화첩’이 발견되었다고 안동의 한국국학진흥원 특별전에 관한 보도였다.

전자는 자본시장에서의 현대미술작품의 경매가 관심사 소식이고 후자는 조선시대 민족미술인 시서화의 기록물인 시화첩의 발견과 공개에 관한 한국미술사의 중요한 스토리였다. 미술품이라는 같음과 다름이 보여주는 내용이라 눈길이 갔다. 잘 알려진 김환기의 작품들은 여러 미술관에 가면 쉽게 볼 수 있지만 최근에 발견된 유일한 ‘수안전모첩’은 실견하고 살피고 싶었다.

한해가 지났다. 12월에 진행될 석재 서병오 기념사업회 특별전시회인 ‘수묵의 확장전’을 진행하기 위해 몇 분의 서화 수장가 댁을 찾아 서화작품을 감정하였다. 그들 중 몇 년 전부터 함께 본회를 아끼는 서대교 선생의 큰 아드님 댁을 방문하고 뜻밖의 소장품인 ‘수안전모첩’을 실견하였다. “아!”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신문에 소개된 것이 운정 선생님 소장품 중 하나였군요.” “대단한 화첩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대교 소장의 수안전모첩

달성 서씨 문중의 수장가 운정 서대교(1921~1993)라는 함자를 들었던 것은 오래전부터 였다. 운정 선생은 대구에서 출생하였고 일본 도쿄의 다쿠쇼쿠(척식)대학에서 인문학과 철학을 공부하였다. 계성고에서 교사로 오랜 기간 재직하며 자연스레 고서화의 세계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1980년 대구 시내에 위치한 수화랑에서 ‘운정 서대교 소장 고서화전’을 개최하였다.

출품목록을 보면 조선시대 중기의 사대부 문인 낙파 이경윤의 그림을 위시하여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 표암 강세황 등의 회화류와 서거정, 퇴계 이황, 석봉 한호 등의 서예 60여 점을 선보여 대구 지역의 대표 수장가로 알려졌다. 남구 대명동 1220의 16번지 주택가에 자리 잡은 서대교 선생의 주택 옆에는 당시 대구의 내노라 하는 기업인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대구의 토호인 서씨 가문은 낙재 서사원에서 임재 서찬규로 이어지며 달성 문중 직계로 운정 서대교 선생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최근 안동의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발행한 달성서씨 ‘낙동정사’ 도록에는 선생의 후손이 기탁한 자료의 고서, 문서, 목판, 현판 등 전체 4774점을 기증 기탁하였다 하니 대단하고 칭송받을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도 전국의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관련 자료를 대여하여 전시회를 개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번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2020 석재 서병오 기념전에도 운정 선생의 소장품이 선보일 것이다. 특별히 수안전모첩(눈에 들어오는 대로 묘사해 그리다)이라 불리 우는 시화첩이 전시될 것이다. 14면의 시화첩에는 ‘선사도’ ‘천석재도’ ‘동화도’ ‘파계도’ ‘가산산성도’의 1879년 4월 달성 하빈의 박승동이 그린 ‘팔공산도’가 다시 공개될 것이다. 조선 말기에 대구경북을 상징하는 팔공산의 여러 장소를 진경산수화식의 표현이라 더욱 자료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흔쾌히 여러 자료를 공개하여 주신 달성 서씨 문중의 직계손인 운정 서대교 수장가와 아드님이신 서보일님에게 감사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러한 문화예술의 관심은 대구경북의 풍요로운 정신적 삶에 ‘아이 러브 미술’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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