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상승 부담에 알바고용 공백 스스로 메꿔
편의점주 월 256시간 근무…워라벨은 엄두도 못내

편의점 자료사진.경북일보DB
경주시 외동읍에서 전국 체인망을 갖춘 편의점을 운영하던 A씨(58)는 지난 2018년 심야 휴업이 가능한 중소 편의점으로 갈아탔다.

최저임금이 급상승하면서 아르바이트 채용을 포기하는 대신 부부가 바꿔가며 매장을 운영했지만 심야매출도 변변찮은 데다 365일 근무로 인한 체력적 한계로 인해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2018년 최저임금제 인상에 이어 주 52시간 근무제가 확대되면서 편의점을 비롯한 알바 채용 자영업자들이 격무 사각지대화되고 있다.

최근 아르바이트 대표포털 알바몬(대표 윤병준)이 알바 고용주 494명을 대상으로 ‘알바 고용주 워라밸 현황’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57.1%가 ‘워라밸이 없다’고 답했다.

이들 중 식품·음료업종(65.1%)·편의/여가서비스업종(61.8%)·유통/운송업종(60.7%) 고용주들은 특히 높게 나타났다.

고용주들의 월 평균 근무시간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무려 255.8시간(30일 기준)이나 돼 법정근로시간(주 40시간)적용을 받는 일반 직장인의 월 근로시간(176시간)보다 무려 80시간이 더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식품/음료업종(283.1시간)·편의/여가서비스업종(281.9시간)은 100시간 이상 차이가 났으며, 평균 매일 9.5시간 이상 심지어 ‘휴일 없이 매일 12시간 이상 일한다’는 답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휴일은 평균 월 4.8일에 불과했으며, 식품·음료업종은 3.7일에 그쳤다.

대기업형 편의업종의 경우 365일 무휴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어 아르바이트를 고용하지 않을 경우 공식적인 휴일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실제 A씨의 경우 대기업형 편의점 운영 당시 부인과의 교대시간을 이용해 잠깐씩 지인들을 만나거나 필요한 사회생활을 했을 뿐 사실상 사회관계를 끊고 살았다.

A씨는 “수입이 알바를 고용할 만큼 여유가 없기 때문에 정말 죽을병이 아니면 가게로 나가야 한다는 게 가장 힘들다”며 “그나마 중소 편의점으로 바꾼 뒤 수입은 조금 더 줄었어도 밤잠은 잘 수 있어 다행”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는 알바몬 설문조사에서도 고용주들에게 ‘가장 안타깝게 느꼈던 순간이 언제였느냐’고 물은 결과 50.6%가 ‘몸이 아프거나 피곤한데도 쉴 수 없을 때’라고 답한 데다 ‘가족·친지·지인의 대소사에도 불참한 채 일할 때(36.2%)’‘자녀·배우자 등 가족이 아픈 데 곁에 있어 주지 못할 때(21.2%)’ 등 전체 편의점주들의 아픔임을 보여줬다.

고용주들이 이처럼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수 없는 이유는 수입 대비 급여부담 때문이다.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심야 시간을 위주로 알바를 채용할 경우 급여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월 평균 150만원~2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씨의 경우 부부가 365일 휴일 없이 일해도 월 평균 수입이 300만원이 채 되지 않아 알바 채용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최저임금 확보 및 최대 근로시간 제한 등을 통한 근로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현실도 고려해야 할 때”라며 “자영업자라는 이유로 죽어라 일해야 하는 이 현실은 왜 감안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시 북구에서 편의점을 경영하는 B씨(60)의 경우 “대부분의 편의점들이 심야시간 아르바이트를 고용하지만 매출수입을 감안하면 적자”라며 “알바를 채용하지 않으면 제 몸이 견디지 못해 채용할 뿐”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알바 고용주를 대상으로 한 ‘알바생 고용현황’조사에서는 무려 52.0%가 ‘코로나19인해 직원을 줄였다’고 답했으며, 전체 응답자의 35.9%는 ‘일손이 부족하다’고 답하면서도 알바 채용에는 부정적 모습을 보였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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