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의 세상이야기] 윤석열·추미애의 차기 행보는...
[유천의 세상이야기] 윤석열·추미애의 차기 행보는...
  •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 승인 2020년 12월 17일 16시 43분
  • 지면게재일 2020년 12월 18일 금요일
  •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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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10여 개월에 걸친 법문(法門) 혈투가 추미애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윤 총장은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자 법적 소송도 불사한다고 밝혔다. 추 장관도 16일 사의를 표명했다. ‘팽’ 되었다는 일부 언론 보도도 나왔다. 꿈꿔 온 대망론을 펼칠 정치인으로 돌아갈 모양이다. 벌써 두 사람의 행보에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3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과 함께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그가 지난달 강원도 동해 낙산사를 방문했을 때 그곳에 비치돼 있던 노 전 대통령 영정사진을 페이스북에 찍어 올렸다.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서 “전직 대통령도, 전직 총리도, 전직 장관도 가혹한 수사 활극에 희생됐다. 이제는 인권을 수호하는 검찰로 돌려놓겠다”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 영전에 올린 저의 간절한 기도이고 마음”이라고 썼다. 과거 노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적이 있는 그가 왜 낙산사에 걸린 노 전 대통령 영정까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까지 심정을 밝혔을까. 친노 진영과 얼마간 거리를 뒀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나 정세균 총리처럼 대권 고지를 위해 친노·친문 진영에 정치적 구애를 던진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막장 사극’을 방불케 하는 혈투를 벌이는 데는 그만의 속셈도 있음을 감추지 않고 비춘 적이 있었다. 그는 지난달 16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서울 시장이나 대선 출마 의향이 없느냐”는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검찰개혁을 하기 전까지는 정치적 욕망을 갖지 않기로 맹세했다”고 여운을 남겼다. 추 장관이 용퇴할 시점은 윤 총장에게 중징계가 내려지고 공수처가 본격 출범할 시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점쳐져 왔다. 엊그제 예상대로 추 장관이 사의를 밝혔다. 윤 총장 중징계와 공수처 출범을 이끌어 명목상 ‘검찰개혁’을 완수했다는 명분을 청와대와 여권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5선 의원에 당 대표까지 지낸 추 장관에게 사실 장관 자리는 국가의전 서열상 한참 낮은 단계다. 이 때문에 법무장관 취임 때 그가 ‘더 큰 꿈’을 위해 문 정권에 ‘정치적 희생’을 택했다는 해석이 많았다.

추 장관의 다음 정치적 행선지로 그가 욕심을 낼 수 있는 자리는 단연 ‘청와대’일 것이고 차선책으로는 대권 길목인 ‘서울시장’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자리가 욕심을 낸다고 해서 되는 자리가 아니다. 적어도 한 정파에서 합의된 의견이 도출되고 많은 국민적 동의가 있을 때 그 꿈도 가능한 것이다. 추 장관이 윤 총장과 진흙탕 싸움을 벌여온 그동안의 행태로 볼 때 이들 자리는 연목구어가 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추 장관이 ‘조자룡 헌칼’ 쓰듯 윤 총장에게 휘두른 오만한 권력 남용에 신물이 난 국민이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 희한하게도 이 광기의 길고 긴 이전투구에서 추(秋)가 정치의 한복판으로 내몬 윤석열은 차기대선 선호도 1위의 고지에 올랐다. 국민이 그의 등을 받치고 밀고 있다.

이 현상을 일시적 ‘국민의 감상적 착시’로 폄하할 문제가 아니다. 공교롭게도 윤 총장은 법무부로부터 징계가 내려진 16일 아침 전국 검찰청에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소환 조사를 자제하고 기소유예를 활용하라는 민생 관련 지시를 내리자 일부 누리꾼들은 “벌써 정치를 하나”라고 비판했다. 역설적으로 윤석열의 오늘이 있게 만든 장본인은 추미애를 앞세운 문 대통령이라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힘을 업고 작두 위에서 휘두른 추미애의 칼춤에 진저리친 민심이 변변한 대권 주자 한 명 없는 야권 대신에 친문(親文)에 대항하는 정권교체의 히든카드로 ‘윤석열’을 선택했다고 볼 수가 있다. 여(與)도 야(野)도 아닌 윤석열의 등장으로 대한민국 정치판이 추미애의 돌출과 함께 또 한차례 요동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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