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자연 속 하얀 자작나무숲 걸으며 여유 한가득

영양 죽파리 자작나무 숲

영양지역에 위치한 조지훈과 오일도, 이문열의 생가가 있는 곳에서 문학의 짙은 향기를 느끼고, 외씨버선길·일월산·대팃골·자작나무 숲 등 천혜의 자연 환경으로 언택트 시대에 나만의 힐링을 떠나보자.

대티골 계곡의 가을 풍경

△ 마음의 노스텔지어 대티골

‘대티골 숲길’은 영양군 일월면 최북단인 용화리에 위치하고 있고, 31번 옛국도와 일제강점기 임업자들이 만들었다는 산판길로 이뤄져 있으며 낙동정맥의 내륙에 위치해 있다.

해와 달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는 일월산을 품고 낙동강 상류지류인 반변천의 발원지인 뿌리샘을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이와 함께 영양 일월산 자락에 일제 수탈의 아픔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한(恨) 서린 길이기도 하다.

봉화·영양·청송과 강원도 영월을 잇는 240㎞가 넘는 도보 길인 ‘외씨버선길’ 일곱 번째 ‘치유의 길’ 일부 구간이기도 한 이 길은 지난 2009년 ‘제 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어울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티골 입구

대티골 숲길은 자연림으로서 뛰어난 경관뿐만 아니라 역사와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곳으로 소나무림(林)이 주는 웅장함과 신갈나무가 주는 아기자기한 정취로 걷은 이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줄 뿐만 아니라 치유의 숲으로도 각광 받고 있으며,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과 고즈넉한 마을 풍경이 또 다른 자랑이다.깊어가는 가을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과 고즈넉한 마을 풍경은 가족이나 연인이 아니어도 도시에 지친 몸과 마음을 수양할 수 있고 자신의 삶을 한 번쯤 되돌아보고 사색하기에는 이보다 좋은 곳이 없을 듯하다.

일월면 대티골체험휴양마을은 2010년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받아 황토구들방 체험, 자연생태 체험, 우리 쌀빵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2017년 자연생태우수마을 지정, 2018년 녹색마을 선정과 2018년 경북 공동체 활성화 부문 농업인 대상 수상 등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주실마을 가을

△ 조지훈 생가가 있는 주실 마을

조지훈 시인의 고향이기도 한 이곳은 한양 조씨의 집성촌으로 흔히 이 마을을 ‘주실’이라 부른다. 이 집안은 본래 한양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주실 마을은 1630년 이전에는 주씨(朱氏)가 살았으나 1519년 조광조의 기묘사화를 만나 멸문 위기에 처해 전국 각지로 흩어졌는데 그중 호은공 조전 선생이 인조 7년(1629)년 이 마을에 처음으로 들어와 정착한 뒤 이곳에 집성촌을 이뤘다.

주실마을 조지훈 시비 공원

주실 마을 주변에는 시무나무가 많이 심겨줘 있는데 이 나무는 예로부터 집 주변에 울타리로 심었다. 시무나무의 줄기와 가지에 난 가시는 변덕부리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올곧게 살라고 하는 날카로움으로 다가왔으며, 예부터 주실 마을 사람들은 입신양명에는 뜻을 두지 않고 학문에만 전력했다고 한다. 교육열이 남달리 강했고, 아무리 힘들지라도 재산, 사람, 문장은 빌리지 않는다는 삼불차가 이 마을의 면면한 모습을 지켜내고 있으며, 이런 마을의 의지는 조지훈 시인의 지조론이 담고 있는 내용도 이 주실 숲과 무관하지는 않다고 보여 진다.주실마을에는 옥천종택, 조지훈 시인의 종가인 호은종택, 옛 서당인 월록서당 등 고택이 있고, 작지만 아담한 앞뜰과 실개천이 마을 앞으로 흘러 주실숲으로 향한다. 마을숲에는 지훈 선생과 20살에 요절한 그의 형 조동진의 시비가 있어 ‘시인의 숲’이라 불리며 지난 2007년 개관한 지훈 문학관이 있어 매년 수만 명의 문학도가 찾는 문학의 마을이다.

2008년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뽑힌 영양 일월 주실 마을 숲은 원시 자연 ‘그대로’주실마을에 들어서려면 반드시 이 숲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마을의 대문이자 마을을 감싸고 있는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가을 단풍을 즐길 수 있는 명소로도 손색이 없다.
 

자작나무.

△ 청정 숲 속 힐링 자작 나무 숲

지난 1993년 죽파리 일대에 인공 조림한 30.6㏊ 규모의 영양자작나무숲이 어느새 어엿한 청년 숲으로 자랐다. 공식 개장하지 않았지만 약 2㎞ 산책로가 조성돼 있지만 접근이 수월하지 않은 덕분에 오지 자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자작나무숲은 산기슭을 가득 메운 자작나무의 하얀 껍질과 머리 위를 뒤덮은 단풍 잎 사이로 아담한 오솔길이 열린다. 자작나무가 만드는 특유의 빛깔이 지나온 길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영양 죽파리 자작나무 숲

이 때문에 최근 트레킹 마니아와 사진작가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며 웰니스 산림관광지, 언택트 여행지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영양군은 지난 7월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2020년 지역수요 맞춤지원 공모사업에 ‘영양 자작나무숲 힐링허브 조성사업’이 선정돼 사업비 28억 원(국비 20억 원 등)을 확보하고 숲 힐링센터,숲 체험원, 에코로드 전기차 운영기반 등 산림휴양지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앞서 지난 6월 산림청이 ‘여행하기 좋은 명품 숲’으로 영양 자작나무숲을 선정되기도 했다.

정형기 기자
정형기 기자 jeonghk@kyongbuk.com

경북교육청, 안동지역 대학·병원, 경북도 산하기관, 영양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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