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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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사(大宗師)는 곧 도(道)다. 도는 곧 자연이다. 만물은 도로 말미암아 화생(化生)한다. 그래서 사람의 사생존망은 모두 한가지로 자연에 말미암아 된다.…” 죽고 사는 문제에 대해 논한 ‘장자’의 ‘대종사 편’ 첫머리다.

이 ‘대종사 편’에는 “연못이 마르면 물고기들이 육지에서 말라 죽을 뿐이지 그 습지에서 서로 수분을 흡수하는 것은 일시적 궁책에 불과하다”면서 강이나 호수의 물을 끌어오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사론(生死論)을 펴고 있다. 여기에서 유명한 ‘마른 샘의 물고기가 거품을 내 서로 적셔 의지한다’는 ‘천학지어 상유이말(泉涸之魚 相濡以沫)’의 성어가 나왔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교수들이 추천해서 서로 설문한 끝에 ‘올해의 사자성어’를 뽑는다. 올해 최고로 뽑은 성어가 ‘나는 옳고 남은 틀리다’는 뜻의 ‘아시타비(我是他非)’라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을 한자어로 조합한 신조어라고 한다. 나로서는 ‘내로남불’이란 말이 이미 세상 사람들의 입에 하도 많이 오르내려 식상한 데다 ‘아시타비’라는 성어가 억지춘향격 조어여서 썩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그보다는 올해 탈락 후보 중에 하나인 장자 ‘대종사 편’의 ‘천학지어’가 더 절실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가뭄이 심한 여름 어느 날 길을 가던 장자가 바닥이 드러난 샘을 만났다. 샘에는 물고기들이 등을 드러낸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장자는 배를 드러낸 채 할딱이는 물고기들을 보고 물이 완전히 마를 내일께면 다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날에도 물이 완전히 마른 샘에서 물고기들이 거품을 품어 서로의 몸을 적시며 아직 근근이 버티고 있었다.”

극한 어려움 속에서 서로 돕고 살아가는 모습을 비유할 때 흔히 인용하는 장자왈이다. 올해는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가 전 국민을 옥죈 ‘천학지어’에,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으려고 ‘상유이말’ 형국이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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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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