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예로부터 근면함과 풍요로움, 희생과 의로움을 상징하는 동물로 인식되면서 그와 관련한 지명도 많다.
국토지리정보원은 2021년 신축년을 앞두고 전국의 고시지명을 분석한 결과 소와 관련된 지명은 총 731개로 집계됐다고 27일 밝혔다.
소 지명은 용(1261개)과 말(744개)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소와 관련된 지명이 가장 많은 곳은 전남이며, 강진군 강진읍 ‘우두봉’을 비롯해 모두 204개에 달한다. 경북은 94개로 경남(96개)에 이어 세 번째로 소 관련 지명이 많았고, 대구는 1곳이 있었다.
글자별로 살펴보면 ‘우산(23개)’, ‘우동(9개)’, ‘우암(8개)’ 등의 순으로 소 관련 지명이 전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종류별로는 마을(566개·77.4%)이 대다수이며 뒤이어 섬(55개·7.5%), 산(53개·7.2%) 등 순이다.
소 형태에서 유래한 산 이름은 많다.
청도 ‘와우산’은 소가 누운 형상에서 비롯된 산 이름으로 청도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있다.
포항에는 흥해읍과 우현동을 연결하는 고개인 ‘소티재’가 있다.
소가 누워 있는 형국이란 데서 따왔다는 설, 소 장수가 날이 저물어 골짜기에서 자던 중 소뼈가 가득 쌓인 꿈을 꾼 데서 유래했다는 설, 작은 고개란 의미의 ‘쇠티’가 변음된 것이란 설 등이 있다.
포항시 북구 신광면 우각리는 비학산 쪽에서 보면 와우형상(臥牛形象)의 뿔이 돋은 듯한 지대에 마을이 형성돼 있다 해 불리어진 지명이라고도 한다.
마을 이름에 다양한 소 이야기나 소와 관련된 흥미진진한 전설도 많다.
구미시 산동면 인덕리에는 의로운 소 무덤이란 뜻의 ‘의우총’이 있다.
이 무덤을 만든 연대는 정확한 기록이 없어 알기 어렵다.
다만 조선시대인 1630년(인조 7) 선산부사 조찬한이 무덤과 관련한 얘기를 전해 듣고 의우전을 기록하고 비를 세웠다.
기록에 따르면 김기년이 암소를 데리고 밭을 갈던 중 호랑이가 뛰어나와 소와 김기년에게 덤벼들었다. 그때 소가 뿔로 호랑이를 공격했고, 달아난 호랑이는 얼마 가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김기년은 자신이 살아난 것은 소 덕분이라며 소가 죽으면 자기 무덤 옆에 묻어 달라고 유언했다.
주인이 죽자 소는 죽을 먹지 않고 3일 만에 죽었고 마을 사람들은 소 무덤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포항시 북구 우현동은 소티재를 소우(牛)와 고개현(峴)으로 옮긴 한자 이름이다.
소와 연관된 농기구 이름이 섞여 들어간 지명도 전국에 51곳에 이른다.
그 중 봉화군의 ‘구우밭’ 등은 소 먹이통인 구유와 관련된 지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