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인간의 역사는 음식을 찾아서 이동한 족적이기도 하다. 척박한 대지와 열악한 기후로 굶주린 민족은 물산이 풍성한 지역에 눈길을 돌렸다. 유라시아 대초원 서부의 인도 유럽어족과 동방의 유목민 흉노가 이주하면서 세계는 격렬히 요동쳤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카자흐’다. 튀르크어로 ‘이주하다’란 뜻이다. 동아프리카에서 진화한 호모 사피엔스는 세계 각처로 퍼졌고, 일만 년 전쯤에 정착 생활을 하면서 농경의 시대가 펼쳐졌다. 거대한 전환점이자 문명 기록의 출발로 평가된다.

농사의 시작으로 도시가 형성되면서 정치권력과 종교 권위의 탄생, 그리고 전제 왕국 수립으로 이어졌다. 또한 잉여 생산물로 인해 빈부 격차가 생기면서 이를 보장하고자 계급 질서를 만들었다. 어떤 학자는 주장한다. 세계사 전체에서 농업의 발명 보다 획기적인 것은 없다고.

흙에는 식물들 생장에 필요한 영양소 네 종류가 들었다. 그중 하나가 질소다. 공기 가운데 5분의 4를 차지하나 식물은 활용이 불가능하다. 이를 순환하고자 농부는 휴경하거나 렌틸콩을 심었다. 한데 산업화 진행으로 이런 전통적 농법이 흔들렸다. 콩을 심는 대신 목화를 재배한 것이다.

지력 소모로 수확이 감소하자 농가는 땅심을 회복할 유기물을 구했다. 도회에 산재한 사람의 분뇨는 운반이 어려워 실현되지 못했다. 그때 등장한 토지 개량제가 바로 새똥인 해조분이다.

영화 ‘007 살인번호’는 자메이카가 배경이다. 영국 정보부 무선국이 파괴되면서 본국과 통신이 두절되자 본드가 급파된다. 식민지 관료는 그에게 해조분 내력을 설명한다. 그 장광설에 본드가 불평하자 화제를 돌리는 장면이 나온다. 동명의 원작 소설에도 온천지 새똥이 널린 상태로 묘사됐다.

19세기 중엽에 해조분은 중요한 농자재였다. 이는 페루 연안 친차 제도에 서식하는 펠리컨과 가마우지 배설물로 질산이 풍부했다. 시중에선 ‘백금’이라 칭했고 섬의 표면에 석회암처럼 암석화 형태로 켜켜이 쌓였다.

영국이 독점 공급한 페루산 해조분은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대통령 연두 교서에 언급될 정도로 미국은 심각히 여겼다. 하찮은 새똥 때문에 아메리카에 전쟁이 발발할 뻔했다. 로보스 제도를 둘러싼 다툼은 미국이 물러서면서 위기를 넘겼다.

미국은 새로운 법령을 만든다. 태평양 수많은 섬에는 바닷새 분변이 널렸다는 투기꾼 요구에 편승했다. 해조분이 발견된 무인도는 미국령으로 편입됐다. 1902년까지 무려 94개 섬들이 그러하다. 일부 사가는 말한다. 그것은 미국 본토 서부에서 태평양과 카리브 해로 바뀐 토지 쟁탈전이라고.

질소질 비료 확보를 위한 우여곡절은 하버의 암모니아 합성법 개발로 전기를 맞는다. 이로써 농업 산물이 증대되면서 맬서스 논리는 폐기됐다. 지구촌 식량난을 해결한 일등공신. 그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으나 전쟁이 빚은 비극의 희생자였다.

언젠가 국제식량농업기구는 곤충을 지속 가능한 식량원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혐오 식품이란 인식이 강하나 그런 관념은 상황에 따라 변한다.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당시 매미는 인기 있는 식재료. 특히 우화 전의 애벌레가 맛있다고 평한다. 환경적 영양적 장점이 많은 식용 곤충은 미래 성장 가능성 높은 분야. 경북도 쇼핑몰 ‘사이소’와 예천의 곤충 생태원에 관심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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