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가장 초라한 몸집을 가진
가장 낮은 삶을 사는
가장 질긴 목숨이다, 너는
티베트고원 그 메마른 땅에서도 돋아나고
불탄 낙산사 뒤 숲
그 숯검댕이 속에서도 얼굴을 내민다, 너는
언제나 그랬다, 마치
양귀비꽃 앞에서는 고개도 못 들고
키 크고 잘난 놈만 보면 부끄러워하는
이름도 잘 모르는 무엇이지만
언제나 선지피 같은 사랑 가슴에 품은
밟혀도 꺾여도 죽지 않는 목숨이다, 너는
이 세상 끝장날지라도
누구보다 먼저 되살아나
때맞춰 작은 꽃까지 피워내는
놀라움이다, 너는
눈물이다
너는


<감상> 들풀은 햇살 좋고 빗줄기를 맞을 수 있다면 그곳이 집이다. 자신을 봐 달라고 목을 빳빳이 쳐들지 않는다. 잘난 척할 필요도 없고 자신이 못나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잘난 놈들이 밟으면 밟을수록 꺾으면 꺾을수록 끈질기게 버티면 살아간다. 잘난 놈들은 제 잘난 맛에 썩을 대로 썩어 가지만, 들풀은 썩지 않고 푸르게 견뎌 왔다. 오히려 자신의 몸을 마소에게 내주고 썩으면 거름이 되어 만물을 살린다. 가장 순수할 때 흘리는 눈물같이 들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야 맑고 밝은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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