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이재영 경남대 교수·정치학 박사

2020년 1년 동안 경북일보에서 고정집필진으로 활동했다. ‘이재영의 촌철살인’이라는 이름으로 총 50여 편의 칼럼을 게재하였다. 경북일보와의 인연은 우연이었다. 편집국장이 칼럼 집필을 부탁했다. 처음에는 그냥 의례적으로 긍정적 대답을 했다. 그리고는 한동안 잊어버렸다. 두 번째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집필계획을 세웠다. 마지막 칼럼을 앞두고 나와 최 국장은 서로 덕담을 주고받는 문자를 나누었다. 최 국장은 “교수님의 촌철살인을 아쉬워하는 독자들이 많을 것입니다”라고 칭찬까지 했다. 의례적 인사였겠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은 것만은 틀림없다. 마지막을 뭐로 장식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칼럼의 의미를 다루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럼은 무엇일까?” 이 글로 경북일보 독자들에게 작별인사를 고한다.

column(칼럼)은 라틴어 columns(콜롬나)에서 나온 단어로서, ‘건축물을 떠받치는 기둥’을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부터 현대까지 기둥은 직사각형·원형·다각형으로 만들어진다. 언제부턴가 신문에 유명 인사의 글을 박스형으로 싣기 시작했는데, 이 글이 정치와 사회를 정화하는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에 칼럼의 의미에 이러한 신문기사가 추가되었다. 지금은 칼럼이 “시사나 풍속을 비판하는 글”로 더 많이 사용된다. 칼럼에는 무기명과 기명이 있다. 무기명은 작성자의 이름이 없는 글을 말하는데, 사설이라는 형태로 게재된다. 내용이 신문사의 이념이나 노선과 일치한다. 기명은 사진과 함께 이름이 실리므로, 글에 대한 책임도 작성자 본인이 진다. 신문사의 편집 방향과 일치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칼럼은 사람이나 단체 혹은 이들이 만든 정책, 그리고 사회현상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비판에는 대안 제시라는 책임이 따른다. 비판으로 끝나는 글은 사실상 궤변의 범주에 들어간다. 그래서 칼럼니스트는 자신의 전문분야를 벗어나면 안 된다. 신문사 편집부에서 이것저것 건드리는 집필진을 제어해 주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판대상은 강자와 약자를 가리지 않는다. 강자의 행위에 제동을 걸고, 약자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면서 대안을 제시한다. 그러나 같은 현상이라면 강자를 겨누는 게 효과적이다. 강자를 제지해야 독주가 방지되기 때문이다. 약자에게 아무리 전략을 제안해 봐야 강자가 깔아뭉개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에게 이념과 이해관계를 초월할 수 있는 중립성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칼럼의 구성은 여느 글과 다름없다. 서론에서 주제와 관련된 상황이나 현상을 간략하게 기술한 후, 문제를 제기하는 형태의 글이 나와야 한다. 본론에서 비판의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주관적·단편적·편파적 내용은 금물이다. 가능한 한 증거·이론·논리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 결론에서 대안을 제안해야 하는데, 이것이 가져올 전망까지 가능하다. 양비론을 펼쳐서는 안 되며, 글쓴이의 주장을 선명하게 표현해야 한다. 문장은 찍고, 자르고, 깎고, 틀어서 함축해야 한다. 최대 중문까지만 허용하고, 가독성을 위해 한 문장이 두 줄을 넘지 말아야 한다. 여기까지가 칼럼의 기본이다. 고수가 되려면 음영(陰影), 풍자(諷刺), 풍유(諷喩), 냉조(冷嘲), 역설(逆說) 등의 기교를 사용해야 한다. 나도 그렇지만, 아직 이러한 칼럼니스트를 본 적이 거의 없다.

“부적격 발표와 낙선 운동” 2000년 1월 17일 영남일보에 실린 내 생애 최초의 칼럼이다. 2000년 4.13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가 공천부적격자를 선정하고 있었는데, 기준을 객관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20년 이상 영남일보, 매일신문, 경남도민일보, 경북일보,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미주중앙일보 등에 기고자와 고정집필진으로 활동했다. 대학생을 상대로는 글쓰기, 일반 시민과 전문가를 상대로 기사 및 칼럼작성법도 강의했다. 나름 오랜 기간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왔으니, 칼럼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이런 오만한(?) 생각이 칼럼의 의미와 작성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 용기를 만들어 냈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두고 거만하다(?)고 욕해도 덤덤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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