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 신체부위 따라 '들쭉날쭉'…외부온도 민감하고 정확도 낮아
오차 범위 최대 2℃ 있으나마나

28일 오후 2시께 포항시외버스터미널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에 측정된 한 승객의 체온이 27.9℃로 기록됐다.
아침 기온이 심심찮게 영하권을 맴도는 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열화상 카메라의 정확도가 떨어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작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28일 포항시 남구 상도동에 위치한 시외버스터미널.

터미널 안 대합실 한 편에 마련된 열화상 카메라 앞으로 포항에 도착한 승객들이 지나간다.

하지만 열화상 카메라에 포착된 승객들의 체온은 정상 수준인 36.5℃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았다.

이날 오후 2시께 열화상 카메라로 측정된 승객 50여명의 체온은 27~32℃ 분포를 보였다.

가끔 체온 측정결과를 보여주는 화면에 발열 대상자로 분류될 때 나오는 ‘빨간’ 불빛은 커피 등을 손에 쥔 경우뿐이다.

현장에서 비대면 체온측정 업무를 맡고 있는 포항시 관계자는 “피부 표면 온도가 측정되는 만큼 외부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다소 낮게 나올 수 있다”며 “겨울에는 화면에 나오는 체온보다 약 2~3℃ 높다고 가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서 터미널 뿐만 아니라 백화점·대형 슈퍼마켓 등 다중이용시설 입구마다 열화상 카메라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건물 출입자가 발열 체크 통과 기준인 37.5℃를 넘어서면 카메라에서 알람이 울리는 식이다.

문제는 겨울철 추위가 찾아오면서 열화상 카메라의 고체온자 구별이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원격 열 화상 카메라의 민감도가 낮아 열이 있는 환자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정지원 교수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대한의학회지(JKMS)’인터넷판에 지난달 3일 공개했다.

논문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올 1월 29일부터 8월 30일까지 열 화상카메라를 사용해 병원 건물의 7개 출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14만3800명을 조사해 37.5℃ 이상의 발열을 보이는 인원을 걸러냈다.

출입구를 거쳐 외래 진료소에서도 한번 더 수동 적외선 온도계로 출입자들의 체온을 측정했다.

조사 인원 중 외래 진료소에서 추가 체온측정을 받은 인원은 9만7400명이었다.

조사 결과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한 출입구에서 3명이 37.5℃ 이상의 발열 증상을 보였고, 직접 체온을 측정한 외래 진료소에서 17명이 발열 증상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열화상 카메라가 잡아내지 못한 14명이 추가적으로 발견된 셈이다.

연구팀은 “열 화상 카메라를 사용해 발열을 감지했을 때 발열 감지율은 0.002%, 동일인을 외래 접수대에서 손으로 측정하는 적외선 체온계를 사용하였을 때 발열 감지율은 0.02%였다”며 “카메라의 측정 민감도가 낮은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열 화상 카메라는 외부 온도의 영향을 받기 쉬우며 휴대옹 체온계가 열화상 카메라보다 열이 있는 사람들을 더 잘 감지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열화상 카메라의 측정 오류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열화상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1~2℃ 정도의 오차 범위를 가지고 있는 데다 2~3초가량 멈춰 서 있어야 정확하게 측정이 가능해서다. 일반적으로 본인의 평소 걸음걸이대로 카메라를 지나간다면 오차율은 더욱 커진다.

한편,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8월 열화상 카메라 온도 센서 정밀도 등 성능 기준을 만들어 국제표준으로 제안하고 국내에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총 4년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코앞에 닥친 코로나19 방역대책으로 사용될 수 없는 만큼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병원에 설치된 열 화상 카메라보다 수동적인 선별검사에서 약 10배 더 많은 환자들이 발견됐다”며 “열 화상 카메라의 감도를 어떻게 높일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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