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은 살아 있다
백무산·맹문재 시인이 엮은 전태일 열사 50주기 기념 시집 ‘전태일은 살아 있다’가 푸른사상 동인시 11로 출간됐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를 추모하기 위해 45명의 시인이 목소리를 모았다.

전태일이 생전에 남긴 소설 초안 중 가장 완성도 있는 원고도 부록으로 실었다. 아직도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노동자들이 기계처럼 쓰고 버려지는 요즈음, 불의에 맞서 투쟁한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일깨워주는 시집이다.

‘노동조합 위원장이 임기 끝내고/짐을 싸서 이사할 때/전태일 열사 사진이 들어 있는 액자를/쓰레기 더미에서 본 적이 있다//쓰레기 대부분이/조합비로 산 국회의원들 책자들이었지만/그가 집무실 구석에 처박아놓았던/먼지가 앉은 노동조합 강령도 있었다//그가 소중히 챙겨 간 물건은 무엇일까/사용자에게서 받은 선물일까/외국에서 사 온 물건일까/가족사진일까//금배지를 달 가망이 없으니까/전태일도 노동조합 강령도 폐기처분하는 것일까/그가 외치던 단결투쟁 파업투쟁이/공허하게 들려온다’ -‘공허하게 들려온다’(공광규)

백무산 시인은 추천의 글에서 얘기한다.

‘전태일 열사의 사진이 든 액자가 쓰레기통에 버려졌다.(공광규의 시) 왜 그랬을까? 그는 왜 이름뿐인 존재가 되었을까? 그동안 그의 이름 아래에서 무슨 짓들 하고 있었던 걸까? 그는 더 이상 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에게 영광을 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는 우리에게 권력을 약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게서 권력이라는 것은 눈을 씻고 봐도 없기 때문이다. 권력을 좆는 이들에게 전태일이 왜 필요할까. 필요할 때 그를 부르지만 돌아서면 초라한 그를 거두어버린다.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추한 것이 노동자의 기득권이다. 가장 구역질나는 짓이 노동자의 권력 행세다. 이제 쓰레기통에 버려진 ‘강령’을 누가 다시 꺼내들까? 구겨지고 개똥이 묻은 강령을. 그 이름만으로도 완성된 강령인 전태일이라는 이름을. 펼쳐든다 시여, 오염된 광장이여, 광장마저 권력의 놀이터가 된 시대여, 시여, 그의 이름을 광야에 불러내어라. 노동자의 광장은 광야여야 한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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