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 차거나
단단했지만
어느 쪽도 남지 않았다

투명한 거짓말
남지 않은 것만이 다시 뭉쳐
입을 닫았다

냉철한 매혹이었다

혼자 버렸어요
혼자 지웠어요

당신은 있었습니까


<감상> 겨우내 저수지의 얼음을 관찰해보면 우리네 사랑과 같아요. 연인뿐만 아니라 육친(肉親)에 대한 사랑도 여기에 해당되지요. 얼음은 차갑고 단단할수록 쩡쩡 소리가 울리지요. 그 울음은 공명을 울리며 리듬을 타고 있어요. 찰나의 리듬을 영원으로 생각하고 사랑을 하지요. 그런데 관계가 투명할수록 얼마 남지 않은 기대까지 뭉쳐 입을 닫아버리지요. 얼음에도 아감딱지 같은 숨구멍이 있어 사랑한 순간마저 이내 지워버려요. 어떤 소리였는지, 어떤 빛깔이었는지 모른 채 조각난 채로 떠다니다가 이내 사라져요. 그때 그 장소에 나는 있었지만, 당신은 정말 거기 있었는지 궁금해지네요. 시인의 말처럼 당신도 나도 “버티어 온 힘으로 사라지는 일”이 슬픈 우리네 사랑이지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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