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천 경운대학교 초빙교수
한태천 경운대학교 초빙교수

“배고프면 소금 먹고 물 마셔라.” 이 말은 필자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한 염색공장에 근무할 때 공장장님이 개별적으로 불러서 소금을 주시면서 하신 말씀이다. 주신 소금을 다 먹고 다른 소금도 더 먹었다. 필자는 고향으로 돌아와 공부하여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서른이 넘어 교수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사직 후 대학 1학년으로 다시 입학했다. 늦깎이 학도로서 꿈을 이루는 과정에 좌절이 없진 않았지만, 필자에겐 지금까지의 삶에 어렵고 힘들었던 기억이 없다. 어려운 일에 봉착할 때면, ‘소금 먹고 물 마신 때’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2020년 새해가 밝았을 때, 모든 국민은 새로운 꿈과 기대를 안고 지인과 ‘건강하시라, 행복하시라’라는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엄습으로 다수의 국민은 건강을 잃거나 행복을 잃고 말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 발표에 의하면, 29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1,046명과 사망자 40명이 발생했다. 전파 속도가 50~70배 빠른 영국발 변종바이러스도 국내에 상륙했다. 수백만의 노령자는 코로나19에 노출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영업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소상공인은 개장휴업 상태로 재정적 고통을 겪고 있다. 많은 대학 새내기는 동료도 선배도 모른 채, 캠퍼스를 거닐며 꿈을 다지는 낭만도 모른 채, 인생 최고의 황금기 대학생활 첫해를 인터넷 속의 교수만 보며 보내고 말았다.

어느 연속극의 주인공이 “시간을 멈출 수만 있다면 멈추었으면 하는 때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가고 있을 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능력한 자신을 볼 때”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사랑하는 부모 형제의 임종은 물론 마지막 가는 길에 배웅도 할 수 없었던 가족의 심정, 평생을 피땀 흘려 일구어온 사업체를 하루아침에 문 닫아야 하는 심정, 어찌 말로 위로할 수 있으랴.

다행스럽게도 29일 0시 기준 중앙방역대책본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 비율은 OECD 가입 등 주요 34개국 중 각각 31위와 27위로 낮다. k-방역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OECD 발표에 의하면, 202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1%로 OECD 가입 37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11월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4.0% 늘어났고, 국제무역수지는 7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1차 긴급재정지원을 받은 국민의 소비가 평소의 130%에 이르러 소상공인 중심의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었다. 어렵고 힘든 상황이지만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역량을 갖춘 우리 국민의 힘으로 K-방역, K-경제의 신화를 쓰고 있다. 정부는 2021년 예산집행과 동시에 빨리 4차 긴급재정지원금 확보를 위한 추경편성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내일이면, 2020년 마지막 해가 진다. 살을 에는 고통과 상처가 남았지만, 좌절과 절망을 서녘 하늘에 붉게 타는 유광(流光)에 실어 지구 저쪽 먼 곳으로 날려 보내자. 다가오는 신축년은 건강하시고 행복하시라는 인사를 드리기조차 어렵다. 대신 ‘소금 먹고 물 마시는 심정으로 살면 삶에 어려움이 없어진다.’라는 필자의 짧은 경험담과 ‘내일은 다시 내일의 태양이 뜬다.’라며 희망을 안고 폐허가 된 고향으로 향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영화 속 주인공 스칼렛의 말을 인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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