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출근하던 아내가
사진 한 장 찍어 문자를 보내왔다
예쁘지? 저렇게 달 가까이 빛나는 별 첨 봐
환한 그믐달과 샛별이
날이 밝아오는 줄도 모르고
서로를 씻겨 주고 있다
우리는 언제 서로의 등을 밀어주었더라?
처음 같이 목욕하던 때처럼
쑥스럽게 부끄럽게 마중하다가
개밥바라기와 비너스를 생각하다가
오늘도 갈 곳 없는 날 자책하다가
고마워! 추운데 잘 다녀오라는 답장도 못 하고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베란다에서 달달 벌벌 떨고 있다
오래오래 그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날카롭게 차오르는 말과 상처 잘 여미는 일
젊은 날의 약속 희미해지는 순간까지
그냥 사는 일 남들보다 일찍 늙은 직장
진작 스러져 아득하고 아뜩해도
새해 아침 하늘욕조에선
신혼 첫날밤의 어둠이 빛나고 있다


<감상> 그믐달은 일출 전에 잠깐 보이고 샛별도 곁에서 빛난다. 그믐달은 해와 비슷한 위치에서 움직이기에 햇빛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젊은 날의 빛나는 약속도 희미해져 가고, 쑥스럽게 등 밀어주던 때도 아득해져 온다. 하늘 욕조에선 어김없이 달과 샛별이 서로 씻어 주었던 것인데, 우리의 뜨거운 사랑은 지겨움이 쉽게 배어든다. 오래 그 자리를 지킨다는 건 타오르는 열정보다는 상처를 잘 여미는 연민에 있다. 새해 첫날에 먼저 위로의 문자를 보내거나 그믐달처럼 윙크를 건네보자.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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