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한 해도 저물었다. 해가 저물 때 마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 말하지만 2020년 한 해만큼 다사다난한 해가 있었을까 싶다. 기대와 희망으로 맞았던 한 해가 송두리째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점철될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지구적 재난을 맞은 한 해였다. 마스크를 쓰는 일이 일상이 됐다. 우리는 온전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마스크를 쓴 채 떨어져 주저앉아 서로를 ‘호모마스쿠스(Homo Maskus)’라 부른다.

봄꽃이 화사하게 필 때부터 시작된 바이러스 감염증은 추위가 몰아치는 세밑까지 이어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위험이,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우리의 일상들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렸다. 2020년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공동체의 모든 영역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었다.

경북과 대구에는 지난 2월과 3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 지역 감염이 일어나 엄청난 고통을 먼저 겪었다. 하지만 지금도 지역감염 사례가 계속되고 있어서 안심할 수 없는 지경이다.

정치적으로는 위선적이고 선동적인 정치 모리배들이 국민을 분열시킨 한 해였다. ‘입법 독재’란 말이 나올 정도로 거대 여당의 일방적 밀어붙이기가 지속됐다. 일부 여권 정치인들이 우중(愚衆)과 공모해 정치 잡음을 더욱 시끄럽게 공명시켰다. 특히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을 둘러싼 논란은 2020년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삼킨 블랙홀이었다.

지금의 우리 공동체는 냉엄한 국제질서 속에 우리가 직면한 최대의 도전과 선택 앞에 서 있다. 우리가 무엇에 관심을 두고 그 목표를 위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좌표도 없다. 또한 우리 공동체를 이어 갈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관을 심어 줘야 할 지에 대해서도 혼란의 연속일 뿐이다. 국익에 심각한 위해를 끼친 외교와 대 북한 문제는 차치하고, 경제 문제만 봐도 암울하기 짝이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3년 6개월 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합한 사회 빈곤층이 55만 명 이상 늘어 270만 명을 넘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중위소득의 30~50% 이하로 정부에서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 등을 받는 사람이다. 차상위 계층은 중위소득 50~52% 이하 부양 의무자가 있는 계층이다. 사회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 같은 양극화는 더욱 가팔라 질 것이 확실하다.

이런데도 우리 공동체의 삶의 틀을 만드는 정치는 우리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인 먹고 사는 문제와 관계 없는 패거리 정치에 함몰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민의 삶과 연관된 지방자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은 정작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요소들이 빠졌다. 재정난 속에 지역의 자치단체장들이 예산 철만 되면 중앙정부에 쫓아가 빌어야 하는 상황은 여전하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나 자치경찰제 등 자치분권이 강화되고 있지만 지방교부세를 내국세의 19.24%에서 25%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외면됐다.

지역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절벽 앞에 서 있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면서 지역의 청년 인구 이탈은 더욱 심해지는 반면 수도권 인구 집중은 더욱 심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데도 지역의 일부 시장과 군수, 시군 의회의 불미스러운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어서 지방자치를 퇴보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시민들이 지방자치에 대해 회의감을 들게 하고 있다.

하지만 2020년엔 경북과 대구가 하나로 통합하는 행정통합의 첫걸음을 뗀 해다. 경북도와 대구시는 2022년 행정통합을 목표로 공론화에 착수했다. 경제난 시대 메가시티를 구축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또한 통합신공항 이전 절차가 우여곡절 끝에 본격화돼 20조 원 짜리 대 역사가 시작된 것은 고무적이다.

아듀 2020!, 굿바이 코로나!

새해에는 지금의 위기가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될 수 있게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우리 사회 모든 분야가 혁신하는 해가 돼야 한다. 이제 서로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하고, 마스크를 벗고 환하게 만날 2021년에 희망을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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