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극심한 피해와 불안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국학진흥원은 선현들이 남긴 정신에서 2021년 우리 삶의 나침반이 될 만한 ‘개신창래(開新創來)’를 사자성어로 정했다.

‘새로운 길을 열어 미래를 창조하자’는 의미다. 여기에는 직면한 현실을 ‘멈춤’이 아니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자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최근 국학진흥원은 올해 국비 예산을 2020년 대비 25% 증액한 202억 원을 최초로 확보했다. 이를 위해 조현재 원장은 관련 부처와 국회를 수차례 방문하여 설명회를 갖는 등 국비 확보에 온 힘을 쏟아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

최근 3년 동안 국비는 2019년 123억 원, 2020년 161억 원, 2021년 202억 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국비 예산의 대부분은 일자리 창출에 투입돼 올해 청년 125명, 실버 500명, 이야기할머니 4000여 명 등 46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이번 국비 확보를 통해 사업 영역을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전통기록유산 국역사업과 소장 자료 디지털화를 더욱 가속화 함으로써 국학의 대중화와 현대화에 한층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경북일보는 조현재 원장을 만나 코로나 시대 공공기관의 역할과 민간 국학 자료를 활용한 일자리 창출과 다양한 콘텐츠 제작 지원 등에 대해 들어 본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대해 설명해 달라.

△경상북도 출자출연기관이 30여 개 있는데 200억 원 이상의 국비를 확보한 기관은 국학진흥원이 유일하다.

국비확보는 국학진흥원의 전략과 국가와 지역 그리고 국학진흥원이 갖고 있는 특·장점을 잘 연결시켜서 새로운 신규 사업을 제안했다. 이런 부분이 잘 받아들여져서 큰 금액의 국비를 확보할 수가 있었다고 말씀드린다.

확보한 국비 예산은 올해 4600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쓰인다. 전국 8000여 개의 어린이집 유치원에 파견돼서 유아인성교육을 담당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가 4000명 정도가 되고, 신규 사업인 문화뉴딜 향토 문화 자료 수집하는 분들을 500명 신규로 고용할 계획이다. 또 민간기록유산을 번역하고, 국역 DB화, 디지털화 작업에 청년 125명이 투입된다.


-구체적인 일자리 창출 사업은.

℃먼저, 가장 큰 사업은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사업이다. 지역에 흩어져 있던 종택이나 전통 서원 등 옛날 기록자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어린이들에게 인성교육 차원에서 재가공해 무릎에 앉혀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유아 인성교육 사업이다. 10년째 이어오고 있는 이 사업에 120억 원 이상 확보했다.

두 번째는 지난해 처음 시작한 한문으로 된 국학 자료를 번역하고 디지털화 해서 이것을 문화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 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 39세 이상의 청년 114명을 투입한다. 10년간 매년 20억 씩 투입하는 청년 일자리 사업에 올해는 25억 원으로 증액됐다.

마지막으로 올해 신규 사업인 실버 일자리 사업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서 전 세계가 대공황에 버금가는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기에 루즈벨트 대통령이 취했던 뉴딜정책이 있다. 미국이 독립 이후에 많은 자료들이 있었는데 기록자료들을 수집하는 문화 뉴딜 프로젝트로 일자리를 창출했다.

여기에 착안해서 50~60대 지역에 있는 향토 연구를 하시는 분들을 고용해서 근대 자료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새로운 일자리 사업을 추진한다. 근현대 자료들은 지금 보존하고 수집하지 않으면 사라질 가능성이 많다. 실버 일자리를 활용한 문화 뉴딜사업에 10억 원을 확보했으며 500명을 신규 채용한다.


-코로나 19 시대의 기관 혁신과 대응 전략은.

△한국국학진흥원은 국학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활용하는 사업이 주력 사업이다. 그 외에도 우리의 전통 가치와 한국인의 정체성을 계속 지켜나가는 일도 하고 있다.

한국인의 유전자, 우리의 인문정신 등을 연수하는 인문정신연수원과 선연들이 남겨주신 철학이나 학문을 연구하고 발표하는 세미나, 교양서 제작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들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연구하고 가치를 나누는 교육 프로그램들인데 코로나 19시대에는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올해는 4차산업 혁명시대에 맞춰 비대면 플랫폼을 만들고 회의도 유튜브나 동영상으로 하는 체제로 전환시켰다.직원들도 플랫폼을 만들어 집에서 근무하면서 효율성도 높이는 방향으로 기관의 운영을 바꿔나가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학술회의도 글로벌 시대에 맞게 언택트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 올해도 이런 부분을 좀 더 강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국학진흥원은 25년에 가까워 오면서 기적적으로 56만 점이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민간 기록 자료들을 소장하는 기관의 위상을 갖게 됐다. 이 중에는 국보인 류성룡 선생의 ‘징비록’ 을 비롯해 수천 점의 보물로 지정된 유산들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2점 외에도 추가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잠정 후보 리스트를 정해 학술적인 연구와 세계인의 보편적 가치를 발굴하는 작업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안동에서 가장 오래된 조리서인 ‘수은잡방’과 ‘삼국유사’, 그리고 조선 시대 사대부가에서 전승해 내려온 ‘내방가사’ 등이다.

‘징비록’뿐만 아니고 전쟁 기간 중에 기록한 전쟁일기들을 여러 권을 국학진흥원이 가지고 있다. 이것은 동아시아 전쟁사와 관련된 희귀한 자료이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매겨서 문화재청과 협의를 해서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에 등재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국국학진흥원은 민간에 있는 기록유산을 수집하고 보존하고 활용하는 기관이다. 우리가 과거 역사에서 교훈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국학진흥원에 많은 자료를 기탁해 주신 기탁 문중과 재정을 지원해주는 경북도와 안동시,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 등 모든 기관에 감사드린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도 소장하고 있는 기록유산에서 지혜를 짜내고 원천 소스를 활용해서 창의적인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온 국민 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전 직원들과 함께 노력하겠다.

올 한해 새로운 희망의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오종명 기자
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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