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완 칼럼니스트
김동완 칼럼니스트

‘흰 백(白)’은 ‘희다’는 뜻으로 주로 쓰이지만 엄지손톱을 의미하기도 한다. 엄지는 모든 손가락의 상위에 있으며 가장 큰 숫자를 상징한다. ‘일백 백(百)’은 한 일(一)과 ‘흰 백(白)’이 결합한 글자다. 숫자 ‘100’ 말고도 ‘많은’ ‘모든’의 의미를 가진다.

봄철 산에 들에 만발한 꽃을 ‘백화제방(百花齊放)’이라 하고 춘추전국시대 활약한 수많은 학자들을 제자백가(諸子百家)라 했다. 제가백가들이 저마다의 생각을 펼치는 것이 ‘백가쟁명(百家爭鳴)’이다. 가을은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계절이며 결혼 덕담에 빠지지 않는 단어가 ‘백년해로’다. 왕조시대의 문신 무신 행정관료를 ‘문무백관’이라 불렀다.

예전에는 아기가 태어나서 백일을 나면 잔치를 열었다. 백일을 아기가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적응기간으로 봤던 것이다. ‘살아남았으니 앞으로도 건강하게 잘 살아라’ 라는 소망을 담았다. 단군신화에서 웅녀가 마늘만 먹고 견뎌온 시간이 100일이다. 참을 만큼 참는 시간이며 인내가 완성되는 시간으로 봤다.

그런가 하면 ‘100’은 화학적 물리적 변화를 가져오는 티핑포인트다. 물은 100℃에서 끓는다. 끓어야 변화가 온다. 라면이 삶아지고 밥이 익는 시점이다. 폭발하고 뒤집어져야 환골탈태가 완성된다. ‘100’은 두 자리수의 끝판이지만 세 자릿수의 시작이다. 신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토트넘 핫스퍼의 손흥민이 새해가 시작되는 2일에 토트넘 입단 통산 100호 골을 쏘아 올렸다. 4경기 연속 무득점은 해맞이 축포를 쏘려고 그랬을까? 코로나 19에, 이전투구만 벌이는 정치판에, 쪼그라드는 살림살이에, 가슴이 뻥 뚫리는 청량제가 따로 없다. 숫자 ‘100’이 가진 모든 축복의 의미를 담아 그의 더 큰 성장과 발전을 기원한다. 손흥민이 그라운드에서 펼쳐 보여준 ‘100골’의 티핑포인트를 정치가 좀 배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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