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조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내용이다. 우선 기회의 평등은 사회적 제도와 위치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개천용으로 대표되는 교육기회의 평등과 삶의 만족으로 대표되는 행복추구권은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할 권리이다. 다음으로 과정의 공정은 국가정책과 행정이 법과 절차에 의해 추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정부의 모든 활동은 과정의 공정을 통해 국민신뢰와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결과의 정의는 국정운영을 통해 나타난 결과가 사회적 상식에 어긋남이 없고 타당할 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정운영과 관련한 최근의 몇 가지 상황들을 바라보면 문 대통령이 밝힌 이러한 국정철학과 오히려 반대되는 경우가 있다.

첫째, 기회의 불평등 난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수도권에 거주하는 인구가 전국인구의 과반수를 넘었다. 이번 정부는 당초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을 내세웠으나 뚜렷한 균형발전정책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수도권 집중은 가속화되면서 과밀화되고 지역은 피폐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근저에는 수도권에 기회가 집중되면서 지역은 불리한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계층도 고착화 되면서 SKY의대 신입생의 70%는 상위계층 부모를 두고 있다. 좋은 부모를 만나지 못하면 기회조차 희박하다는 의미이다. 특히 이러한 공간적·계층적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 기회와 희망이 없는 사회에서 출산율이 높다면 되래 이상한 일이다.

둘째, 과정의 불공정 난이다. 지난해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에 동조한 의대생들이 국가시험을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두 차례나 시험을 연기하였고, 결국에는 당해 국가시험의 응시기회가 더 이상 없음을 천명했다. 정부가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확산사태를 이유로 의사국시의 재응시 기회를 주자는 논의가 있다. 정부가 정한 원칙을 스스로 무너트려 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흔들고 있다. 만약 실제 의료붕괴 사태가 우려되어 사회전체의 공익을 위해 재응시 기회를 준다면 그 과정이 필요하다. 즉 정확한 분석자료를 제시하고 국민의견을 수렴한 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생략한 채 공공의료의 붕괴만을 강조하며 재응시 기회를 준다면 국민적 납득이 어려운 것이다. 민주적 절차와 과정이 없다면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셋째, 결과의 비정의 난이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상승세가 무섭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대도시의 아파트 가격은 연일 상승하고 있다. 일부 지역들은 아파트 분양권의 웃돈이 수억원에 달한다. 온 국민이 부동산만 바라보고 있는 이러한 결과가 정의로운가의 문제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아파트 분양권 당첨만으로 수억을 번다면 근로소득에 치중하거나 아파트 투자에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은 구조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되어 버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2·17 부동산대책 등을 통해 가수요(假需要)는 규제하고 실수요 위주로 부동산정책을 재편하고 있다. 물론 부동산투자 자체가 죄악시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시장교란 및 시장왜곡행위 등은 엄격히 규제하고 투기세력은 제재를 가해야 한다.

지금 우리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는 수도권 집중 및 저출산 문제(기회의 불평등), 의사국시 논란(과정의 불공정), 부동산 과열(결과의 비정의)을 3난으로 정리해 보았다. 우리사회가 하루빨리 이러한 3난을 극복하고 기회가 평등한 사회, 과정이 공정한 사회, 결과가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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