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일 행정사회부국장
곽성일 행정사회부국장

올해는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다. 소가 언제부터 인간과 삶을 함께한 지는 분명치 않다. 달리기로 순서를 정했다는 십이지(十二支)의 순위 중 소가 호랑이보다 앞선다. 소가 야생 생활했을 때는 호랑이보다 빠르고 날쌘 동물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랬던 소가 인간들과 함께한 가축(家畜)이 됐다. 기계문명이 발달하기 전에는 소가 농촌 노동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래서 재산목록 1호였다. 인간이 하기 힘든 노동을 소가 대신해 인간은 풍요로운 결실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한 소를 인간은 동물이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 대했다. 인간과 공생을 한 것이다.

소는 노동력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송아지를 낳아 팔아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는 부의 원천이기도 했다. 특히 시골 자녀들이 대학을 다닐 수 있게 해 상아탑이 우골탑(牛骨塔)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저 소가 우리 다 공부시켜 준 거 아이가.” 2009년 개봉한 독립영화 ‘워낭소리’에서 봉화 최원균 할아버지의 자녀들이 한 말이다. 그들의 대화에서 오랜 기간 일꾼으로 일하며 고생한 소에 대한 고마움과 연민이 느껴진다. 이처럼 옛날 소는 인간과 평생 살다 갔지만 요즘 소는 30개월 만에 도축돼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

일하는 소가 아닌 식용으로 키워져 30개월 정도 자라면 도축을 한다. 인간이 제일 좋아하는 고기는 두말할 나위 없이 쇠고기이다. 죽어서까지 인간을 이롭게 하는 무한 봉사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일방적인 희생만 있을 뿐이다. 한편으로 슬프지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인간에게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소는 인간으로 윤회하기 위한 징검다리라고 하기도 한다. 소의 일생은 노동력 제공과 자식 공부, 쇠고기 제공 등 철저하게 인간을 위한 것이다. 소의 해에 소에게 감사할 줄 알고 인간에게 배려하는 소의 무한 봉사 정신을 배워야 할 때이다.

곽성일 행정사회부국장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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