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지난해 국민들이 가장 갈망한 말이 ‘상식’이란 단어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만큼 우리사회에 상식과 어긋나는 ‘비상식’의 말과 행동이 차고 넘쳐났다. 그것도 시장 바닥에서가 아닌 자칭 국민의 지도자라는 정치인들의 언행에서 홍수를 이뤘다. 국민이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이렇게 갈망한 때가 있었는가. 그동안 우리는 ‘상식’이란 말을 새삼 이렇게 아쉬워해 보지 않고 살아올 수 있는 사회에서 살아왔다. 지난 연말 교수신문에서 선정한 1위의 사자성어가 ‘아시타비(我是他非)였다. 내가 하는 것은 옳고 남이 하는 것은 틀린다는 뜻이다. 2위는 ‘후안무치(厚顔無恥)’였다. 앞의 사자성어와 별반 뜻이 틀리지 않는다.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원의 판결로 직무정지에 대한 복귀처분을 받고 대검찰청 집무실로 재출근하던 첫날 밝힌 입장문에서 “상식이 통하는 법치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검사 총수가 대통령을 상대로 한 가처분소송에서 승소 후 첫말에 ‘상식’이란 단어를 왜 올렸을까. 얼마나 많은 ‘비상식’을 보고 겪었었기에 이런 말을 했을까. 지난해 우리는 문재인 정부와 여권 인사들이 ‘문파’만 보고 가는 정치, 홍위병 수준으로 전락한 ‘문파’의 팬덤몰이 정치, 국민 여론과 담을 쌓고 ‘끼리’만 환호하는 ‘자폐적 정치문화’에 젖어 우리 갈 길만 가는 비상식의 독선 정치를 보았다. 대표적으로 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지난 연말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 발언이다. 이 발언이 있자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재창하고 황운하 의원이 삼창까지 했다. 이들은 법원에서도 2개월 직무정지 징계안에 제동을 걸었는데도 가능하지도 않은 ‘윤석열 탄핵 소추’를 줄기차게 외치고 있다. 만에 하나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의결되면 그 즉시 검찰총장의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결정과는 상관없이 윤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7월까지는 해임의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비상한 아이디어다. 더욱 황당한 것은 김두관 의원의 탄핵 명분이 “대통령 지키기 위해서”란다. ”검찰을 개혁하지 않고는 대한민국 미래도, 민주주의 발전도, 대통령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가당찮은 괴변이다. 그 이유는 윤 총장이 울산시장 선거 공작 등 권력형 비리 수사를 계속하면 대통령에게까지 칼날이 겨누어질 수 있다는 공포심으로 보인다. 그래서 권력 수사를 막는 묘수가 백출하고 있다. 그 묘수가 김용민, 황운하 의원 등 여권 초선의원들이 국회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검찰청 폐지 법안, 공소청 설립 법안, 국가수사청 설립 법안이다. 다음달 임시국회 통과가 목표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검찰청은 사라지게 된다. 이것이 ‘검찰개혁 시즌2’다. 174석의 의원 수를 믿고 국민 앞에 당랑거찰(螳螂拒轍)의 흉내로 겁을 주고 있다. 김용민 의원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검찰과 법관에 의해 난도질당하는 일을 반드시 막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토록 목숨을 걸고 2차, 3차 방어선을 치며 검찰청을 없애겠다고 하는가. 검찰총장 2개월짜리 직무정지징계가 법원에 의해 무산되자 문 대통령은 “임명권자로서 국민께 사과한다”고 했다. 그래놓고 여권 의원들의 ‘검찰청 없애기’ 논란에 대통령은 가타부타 언급이 없다. 이들의 비상식 언행은 추미애 법무장관의 광기에 가까운 ‘윤석열 죽이기’에서 정점을 찍었다. 70년 헌정 사상 단 한 차례밖에 없었던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3차례나 발동하고 이것도 성에 차지 않자 감찰에다 징계까지 추진하는 비상식의 인치(人治)를 보였다. 다행히 올곧은 법관들의 ‘상식의 법치판결’로 인치의 폭주를 막았다. 대한민국이 걸어온 70여 년의 법치의 길이 긴 인고의 세월만큼 결코 죽지 않았음을 보여 주었다. 정치의 사법화는 종국엔 정치권이 자승자박하는 것임을 이들은 왜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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