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연일 前 포항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시인
배연일 前 포항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시인

일반 대중은 그렇다 치자. 그럼, 언론(특히 TV 방송)은 과연 예절에 맞는 말을 쓰고 있는 것일까? 필자(筆者)는 언론에서 쓰는 말도 예절이나 어법에 맞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고 본다. 유감스럽게도 최근에는 그런 현상이 훨씬 더욱 심해진 것 같아 여간 안타깝지 않다.

얼마 전 한 방송에서 어떤 진행자가 부모와 함께 출연한 초등학생에게 다가가, “아드님께 한 번 여쭈어볼게요.”라고 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럴 땐 “여쭈어볼게요”가 아니라 “물어볼게요”라고 해야 옳은 데 말이다. ‘여쭌다’는 자기보다 손윗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또 한 번은 연예인인 한 진행자가 경연대회에 나온 어느 어머니의 어린 아들을 보고, “아드님이 손수 현수막을 갖고 응원 나왔네요.”라고 했다. ‘손수(또는 몸소)’는 존경의 의미가 들어 있는 존칭어로서 손윗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그런데도 그 진행자는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이 경우에는 ‘손수’가 아니라 ‘직접’이라고 하는 게 옳다. 어디 그뿐인가. 적지 않은 사람이 윗사람에 관한 얘기를 할 때 이렇게 말하는 것을 자주 들었을 것이다. “나오시고 계십니다”, “식사하시러 가셨습니다”, “병원으로 가시던 중에 사망하셨습니다”. 얼핏 들으면 틀린 데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때는 “나오고 계십니다”, “식사하러 가셨습니다”, “병원으로 가던 중에 사망하셨습니다”라고 하는 게 바른 표현이다. 우리말은 마지막 말을 높이면 다 높이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높임말에는 높임말과 예사 높임말이 있는데, 이것을 잘 가려 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즉 예사 높임말을 쓰면 되는데도 높임말을 쓰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예컨대 어떤 심사위원이 자녀뻘 되는 초·중학교 학생에게 “뛰어난 재능을 갖고 계시네요.”, “그런 점에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한다. 여기서는 “재능을 갖고 있네요.”, “주의해 주기 바랍니다”라고 하는 게 무난하다. 다시 말해 이때는 높임말보다는 예사 높임말을 쓰는 게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높이지 않아야 할 때 높이는 것도 심심찮게 보게 된다. 그래서 실소(失笑)를 금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를테면 “감기가 심하게 오신 것 같습니다”, “인사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기다리시던 택배가 오셨습니다”가 바로 그 예이다. 이 경우라면 “감기가 심하게 온 것 같습니다”, “인사 말씀이 있겠습니다”, “기다리시던 택배가 왔습니다”가 옳다. 감기는 ‘온’ 것이지 ‘오신’ 것이 아니다. 인사 말씀 역시 아무리 윗사람일지라도 ‘있는’ 것이지 ‘계시는’ 게 아니다. 또한, 윗사람 앞으로 온 택배라도 ‘온’ 것이지 ‘오신’ 것이 아니지 않은가.

언론사에 종사하는 이들은 언어예절에 관해 실수하는 일이 드물다. 문제는 방송 출연자다. 각계각층의 출연자를 방송사에서도 다 어찌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 진행을 맡을 연예인 만큼은 언어예절에 관한 교육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연예인은 아나운서 못지않게 잘하는 이도 있지만.

주지(周知)의 사실이듯 언론(특히 TV 방송)의 영향력과 파급력은 참으로 지대하다. 따라서 언론은 예절과 어법에 맞는 말을 쓰도록 항상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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