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트레킹] 20. 포항 철길숲
[힐링&트레킹] 20. 포항 철길숲
  • 김유복 경북산악연맹 회장
  • 승인 2021년 01월 07일 18시 47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1월 08일 금요일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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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활력 가득한 숲길…다시 희망찬 봄기운 기다린다
공원 가운데 둔덕에 설치된 열차 형상이 철길숲을 상징하는듯 달리는 모습을 하고 있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해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으로 온 세계가 엄혹(嚴酷)한 시련 속에 산 일 년이었다. 일상을 잃어버린 삶이 얼마나 암담하고 견디기 어려운 일인지를 새삼 깨닫게 한 나날이 되었음은 필자만의 느낌이 아닐 것이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 블루(corona blue)’로 불안하고 매사가 뒤틀리는 혼돈의 연속이다.

포항철길숲 종합 안내판.

지난해 년 초(初)에 구상했던 ‘걸어서 자연 속으로’라는 주제로 경북일보 애독자와 자연을 사랑하는 모든분들에게 나름의 도보여행을 통한 삶의 풍요를 제공하고 미력이나마 생활의 활력을 드리고자 국내외 각지의 명소를 찾아 힐링하며 즐길 수 있는 곳을 소개할 계획이었는데 코로나 역병으로 차질을 빚어 제대로 된 ‘힐링 엔 트레킹’ 주제를 살리지 못한 것 같아 못내 아쉽고 송구스런 마음이 앞선다. 여러 사정으로 이동이 제한되고 함께 할 지인들도 동행하지 못하여 필자의 거주지 주변에만 맴도는 내용이라 너무 빈약하고 흥미를 주지 못해 독자들께 부끄러울 뿐이다.

이제 지난 일 년의 연재를 끝내고 새해 들어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2021년 첫 이야기를 포항 도시숲공원으로 전국에 이름을 알린 ‘포항 철길숲’을 테마로 도심 숲을 통해 힐링하고 일상을 되찾아 가는 소소한 희망의 스토리를 전해 드리고자 한다.

포항 철길숲은 포항 도심을 가로지르던 동해남부선 기찻길이 KTX직결선 개통으로 폐선이 되면서 시내를 통과하는 철로를 걷어내고 ‘도시숲공원’으로 탈바꿈 하면서 생긴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곳이다.

공업도시를 상징하는 철강공단 각 기업 이름이 새겨진 기념탑이 푸른 하늘을 향해 우뚝 서있다.

세계적 철강도시로 이름난 포항의 무겁고 어두운 이미지를 녹색친환경도시로 변모시키는 산소탱크 역할을 위한 도심숲 조성으로 새로운 도시재생을 한 차원을 업그레이드시킨 ‘포항 철길숲’ 조성사업이 지난 2019년 9년 만에 성공적으로 준공되어 전국 최우수 도시숲이 만들어졌다.

1차 구간 2.3㎞와 2차 구간 4.3㎞ 등 총 6.6㎞ 구간에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등의 기반시설이 갖춰지고 조경, 휴양시설 등이 들어차 사계절 시민들이 즐겨 찾는 도심공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1차 구간인 서산터널입구에서 유성여고 구간에는 산책로 데크 사이로 물길이 만들어져 청량감을 더해주고 지역사람들이 기증한 노거수(老巨樹)를 포함한 소나무, 메타세콰이어, 벚나무 등 각종 수목이 질서 정연하게 조화를 이루며 숲을 만들어 도회지 삶에 찌든 시민들에게 신선한 활력소를 만들어 준다. 2차 구간인 효자교회에서 서산터널까지 4.3㎞에는 구 포항역 구내에 심어진 무성한 숲을 살리고 메타세콰이아 숲길과 수양단풍 등 계절마다 특색 있는 수종으로 꾸며진 산책로가 이어진다.

인간의 두뇌를 형상화한 스틸아트 작품이 눈길을 끈다.

숲 속에는 스틸아트 페스티벌에 출품된 작품들이 곳곳에 세워져 철강도시 면모를 더욱 아름다운 색채로 변모시키고 있으며 공업도시를 상징하는 타워와 분수광장, 어린이 놀이시설, 공연장 등이 산재해 있어 흥미를 더해주고 기찻길을 상기시키는 레일과 열차형상이 아득한 추억을 되살리기도 한다.

지반공사중 분출한 가스로 생긴 불길이 ‘불의 정원’ 이란 이름으로 이색적인 볼거리를 만들었다.

또한 숲 조성을 위한 지반공사 중에 분출한 지하가스로 붙은 불길이 ‘불의 정원’이란 이름으로 볼거리를 만들어 더욱 이채로운 숲길이 되고 있다.

총 6.6㎞ 구간을 완주하는 데는 줄잡아 2시간이 소요되지만 쉬엄쉬엄 걷다 보면 군데군데 쉼터에서 휴식도 취하고 운동시설이 있는 곳에서는 스트레칭도 하면서 스로우 템포로 걷는다면 3시간 가까이 도심에서 힐링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만들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여름밤에는 시민들을 위한 음악공연도 있고 각종 문화행사가 열리는 등 도심숲공원으로 큰 역할을 하는 ‘포항 철길숲’이 있어 포항시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위안이 되는 숲길이라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요즈음은 여러 가지 방역수칙 등으로 제한을 받지만 코로나 블루가 끝나면 다채로운 문화행사와 시민위안공연 등이 펼쳐져 도심숲속에서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삭막한 도심의 회색물결에 식상한 많은 시민들이 녹색의 철길숲에서 힐링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이 빨리 와야 할 텐데 암울한 터널을 언제 빠져 나갈 수 있을지 막막하다.

겨울철 가장 춥다는 소한(小寒)을 기점으로 매서운 겨울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도 두터운 외투를 걸치고 힘차게 걸어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에 코로나도 별 도리 없이 물러나리라 기대해 본다.

양학동 방장산 아래 운동시설에는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는 노인 몇 분이 부지런히 운동기구를 타고 있다. 스스로를 다잡지 않으면 무너진다는 사고(思考)가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믿을 수 없는 세상에 나 자신을 보호하려면 어쩔 수 없나 보다.

이 혹한이 지나면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듯 따사로운 봄기운과 함께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을 수 있지나 않을까 기도하는 심정으로 겨울을 걷는다.

양학동에서 서산터널 쪽으로 가다 보면 기차역 구내 플렛폼을 연상하는 지붕 달린 구조물이 보인다. 아련한 추억이 된 기차역에서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들이 이별에 아쉬워하는 안타까운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 길을 무심히 걷는 사람들 마음에도 추억이 묻어난다.

포항시가지 동서(東西)를 관통하는 서산터널 앞으로 산책로가 이어지고 ‘덕수공원’이라 불리는 수도산(옛 이름·모갈산)에 벚꽃이 만개하는 봄철에 왁자지껄 거리며 소풍 가던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이 새롭다. 그 아래 철길을 따라 중학교 3년을 걸어 다닌 필자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마당이라 그립기만 하다.

수도산을 지나 ‘나루끝’이란 지명이 붙은 곳에서 1㎞ 가까이 곧은 산책로에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가 양편에 늘어서 포항철길숲의 대표적 풍광을 만든다. 함께 만들어진 데크 길 가운데로 난 물길이 한여름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푸른 소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힐링하는 시민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

꽃피는 5월에는 ‘장미도시 포항’을 상징하는 장미터널과 꽃밭에 만발한 장미의 열정이 ‘용광로의 도시’ 다운 붉은 물결로 춤을 춘다.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는 숲아래 벤치에서 쉬고 있는 사람 모습.

지금은 앙상한 가지만 남아 보는 이로 하여금 쓸쓸하게 보일지 몰라도 나뭇잎에 움이 트고 물기가 오르면 또 다른 풍광으로 시민들에게 위안의 장소가 될 포항철길숲이 있어 희망이 있다.

어렵고 암울한 시간이지만 도심에 이런 휴식공간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른다. 오늘도 철길숲을 걸으며 희망을 구가하는 사람들에게 머잖아 따스한 햇살이 반겨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하늘을 향해 힘차게 울리는 기차의 기적 소리처럼 여기 포항철길숲 속으로 우렁찬 바퀴 소리가 들리고 끊임없이 타오르는 ‘불의 정원’ 불길 마냥 활활 타오르는 에너지가 샘솟는 도심숲이 이곳에 있다.

어느 곳에나 도심공원과 숲길이 있어 우리들 마음을 뜨겁게 달랠 수 있기를 새해 소망으로 간직하며 신축년 한 해 독자 여러분과 ‘힐링 엔드 트레킹’으로 ‘걸어서 자연 속으로’ 빠져드는 모든 분들에게 행복한 나날이기를 기원 드리며 스무 번째 이야기를 끝맺는다.

김유복 경북산악연맹 회장<br>
김유복 경북산악연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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