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각종 지원·경영자금 안정화 이유 선수등록비·참조금 등 요구
중학교·구·군협회 반발로 갈등…협회 "오로지 야구계 위해 사용" 해명

대구 달성군 다사읍 방천리 야구장 전경.
속보=대구 달성군 다사읍 방천리 야구장의 진입로 민원 문제로 한 시민에게 총 2500만 원을 지급한 대구야구소프트볼협회(경북일보 4일 자 14면·5일 자 8면)가 금전 문제로 내홍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협회는 지난해 각종 지원과 경영자금 안정화를 이유로 지역 야구부 학생들에게는 선수등록비를, 구·군협회에는 찬조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부 지회와 학교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대회가 열리지 않아 협회의 비용 부담이 없었음에도 권한을 이용해 돈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지난해 초 대구 지역 내 전문체육 분야인 초·중·고등학교 야구부에 선수등록비를 받아 운영할 방침을 정했다. 계속된 협회의 경영난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였다.

협회는 야구부를 둔 각 학교에 야구부원 1인당 연간 5만 원의 선수등록비를 요청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소수팀이 존재하는 세종 등을 제외한 14개 시·도에서 선수등록비를 이미 받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후 초·고등학교에서는 선수등록비를 전달했으나 대구 지역 내 4개 중학교 야구부에서는 등록비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요구하며 비용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협회는 지난해 6월 16일 중학교 야구부장과 감독 등 관계자들과 함께 간담회를 열었다. 선수등록비로 대립각이 세워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협회와 중학교 야구부 관계자들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간담회를 마쳤고, 협회는 지난해 9월 9일 ‘중학교 대회와 관련해 수반되는 모든 비용을 충당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문으로 각 중학교에 발송했다.

이와 관련 한 중학교 야구부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등록비 인하 또는 대회 개최 시 참가비 지급하는 방안과 함께 등록비 요청에 앞서 선수들과 학부모들이 사용처를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지만, 협회 측에서는 등록비가 오로지 중학교 대회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경비에만 사용될 예정이라고 답했다”며 “학교에서는 단돈 1000원을 내더라도 그 비용이 사용되는 근거를 알리는 행정적인 절차가 있는데, 협회가 어렵다거나 다른 시·도에서 거둔다는 이유로 명확한 사용처 없이 거둔다는 것에는 동의하기가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중학교에서 반발이 일어난 이후 앞서 선수등록비를 협회 측에 지급한 고등학교 야구부도 등록비 반환을 요청했고, 협회는 지난달 이사회 의결을 거쳐 선수등록비를 고등학교에 다시 돌려줬다.

협회가 구·군협회에 찬조금을 요청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찬조금 100만 원을 내지 않을 경우 대구시민운동장야구장 대관 협조가 어려울 것이라는 협회 측 입장에 일부 지회가 협박이라고 반발한 것이다.

협회는 지난해 8월 14일 ‘구·군야구소프트볼협회장단 간담회에서 대구시민운동장야구장 배상책임보험 가업과 관련해 구·군협회에 찬조금 납부를 결정했다. 납부 기한 이후 미납부한 구·군협회에는 대구시민운동장야구장 대관 협조가 불가함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이와 관련 협회 지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없는 상황에서 선수등록비와 지회에 돈을 요구하며 협박성 공문을 보내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각에서는 협회가 방천리 야구장 진입로 민원 문제에 들어간 운영비를 보전하기 위해 선수등록비 요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야구계 한 관계자는 “협회가 방천리 야구장 악성 민원인의 보상 문제를 떠안으면서 지출하지 않아도 될 거금을 썼고, 결국 경영 여건이 나빠진 협회와 지역 야구계가 불필요한 마찰을 빚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협회 측은 경영의 악순환이 반복됐던 상황이지만, 앞서 요청한 선수등록비는 지역 야구계를 위해 오로지 사용될 금액이라고 밝혔다.

박동진 회장은 “2017년 처음 회장이 됐을 때 협회 운영비는 마이너스 상태였다. 협회장이 낼 분담금 2년 치를 미리 내 어렵게 협회를 운영해왔다”며 “이미 다른 시·도에서 대회 개최 등에 사용하는 데 등록비를 받는 만큼, 대구협회도 경영을 정상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지난해부터 받기로 방침을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수등록비는 오로지 지역 야구계를 위해 사용할 예정이었고, 등록비를 낸 초등학교 야구부의 대회도 무사히 치렀다”며 “협회가 어려운 사실을 지역 야구계가 이해하고 협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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