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난동 책임론에 해임·탄핵 압박속 백기…두달 지속 불복정국 종료수순
“놀라운 여행, 이제 시작일 뿐”…바이든에 승리 축하는 없어
폭력 시위대엔 “대가 치를 것” 비판…선동 책임론에 선긋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2020년 대선 결과 인증 반대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의회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 인증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의회로 행진하기 전 지지 연설에서 “대선 불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절대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순조롭고 질서 있는 정권 이양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사실상 대선 패배를 인정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전날 마지막 관문인 의회 합동회의에서 합법적 당선인 신분을 인증받고, 의회 내 시위대 난동 사태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며 극도의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트위터 영상 메시지에서 “이제 의회가 (대선) 결과를 인증했고, 새 행정부는 1월 20일 출범할 것”이라며 “이제 내 초점은 순조롭고 질서있고 빈틈없는 정권 이양을 보장하는 것으로 전환한다. 이 순간은 치유와 화해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선 불복과 관련해 “유일한 목표는 투표의 진실성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미국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11·3 대선 이후 각종 소송전을 이어가며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태도를 바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인정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두 달 여간 계속된 불복운동을 끝내겠다는 말로도 들린다.

이 동영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이 전날 의회 난동 사태 후 취해진 정지 조치에서 해제된 뒤 처음으로 올린 메시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2020년 대선에서 새로운 주제로 옮겨갈 때라며 “우리는 막 치열한 선거를 겪었고 감정은 고조돼 있다. 그러나 이제 침착해지고 평온함이 회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으로 봉직한 것이 일생의 영광이었다고도 했다.

2분 41초짜리 이 동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가라앉아 있었다. 전날 시위대 앞 연설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회를 향해 행진할 것을 독려하던 때와는 딴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 난동 사태와 관련해 “미국은 법과 질서의 나라이고 그래야 한다”며 “의사당에 잠입한 시위자들은 미국 민주주의의 본거지를 더럽혔다”고 비판했다.

또 “폭력과 파괴 행위에 관여한 이들에게. 당신은 우리나라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법을 어긴 이들에게. 당신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폭력사태 해소를 위해 즉각 주방위군을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고립무원의 위기 상황에서 선동 책임론을 피해가려는 태도로 보이지만 외신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주방위군 투입을 지시했다는 상반된 보도를 내놓고 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를 13일 남겨두고 조기 퇴진 논의가 커지는 와중에 마침내 현실에 굴복했다”며 “카메라 앞에서 처음으로 대통령직이 곧 끝난다는 것을 시인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승복(concede)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또 바이든 당선인에게 승리를 축하한다는 말도 없었고, 취임식 참석 여부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내 훌륭한 지지자들. 나는 여러분이 실망했다는 것을 안다”며 “그러나 나는 우리의 놀라운 여행이 이제 시작일 뿐임을 알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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