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피해 노인에 써달라” 경상북도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전달

경상북도노인보호전문기관 직원들.
“저처럼 학대로 고통받는 노인들을 위해 써 달라.”

경상북도노인보호전문기관(관장 황영중)의 도움을 받아 현재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경주지역 학대피해 어르신 A(80·여)씨가 학대피해 노인들을 위해 써 달라며 200만 원을 기부해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A씨는 지난 7일 경상북도노인보호전문기관에 “어려운 상황에 정성으로 나를 섬겨준 직원들에게 감사하다”며 “살려준 내 목숨값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나처럼 고통받는 노인들을 위해 써 주길 바란다”며 성금 200만 원을 내놨다.

그는 “아들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남편에게 맞아 뼈가 부러졌는데 병원에 가면 아들이 걱정할까 봐 병원을 못 간 게 여태 그러고 지냈어요. 시집온 순간부터 시모와 남편에게 맞았어요. 노인보호전문기관의 도움으로 이제 매 맞지 않게 되었어요. 50년 만의 자유입니다”라며 심정을 털어놨다.

A씨는 지난해 9월 남편의 폭력으로 집에서 뛰쳐나와 경상북도노인보호전문기관과 경상북도학대피해 노인전용쉼터에서 보호를 받은 바 있다. 이후 학대 행위자인 남편과 분리되어 별도의 거주지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다.

매년 배우자에 의한 ‘노노학대’가 증가하고 있다. 노노학대는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노인이 된 자녀와 배우자가 고령의 부모나 배우자를 학대하는 것이다.

2019년 전국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접수 된 행위자 중 배우자는 1749명으로 전체 행위자 중 30.3%에 해당한다. 2017년 1263건(24.8%), 2018년 1552건(27.5%)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발생 장소가 대부분 가정이고, 피해자는 개인적인 문제라며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아 잘 드러나지 않으며, 또 드러난다 하더라도 가해자 처벌을 원치 않아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황영중 관장은 “A 어르신의 자립을 응원한다. 기부자의 뜻에 따라 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에게 귀하게 사용하겠다”며 “시민들이 높은 신고율만이 학대피해 노인들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상북도노인보호전문기관은 2004년 10월 보건복지부와 경상북도로부터 노인보호 전문기관으로 위탁·지정받아 관할지역(포항시, 경주시, 영천시, 울진군, 영덕군, 청송군, 청도군, 울릉도) 내 만65세 이상 노인들의 학대피해 사례와 인권 및 고민 상담, 피학대 노인 일시 보호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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