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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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연초부터 온통 시끄럽다. 성별논란도 그 중 하나다. 지난 3일, 오랜 전통인 연방하원 개원 기도회에서 의회 목사 대신 임마뉴엘 클리버 의원이 기도를 하면서 “우리는 이것을 일신교의 하나님, 브라흐만, 그리고 많은 다른 신앙에 의해 많은 다른 이름으로 알려진 신의 이름으로 구합니다. 에이멘 그리고 에이우먼”이라 끝을 맺었다.

목사 출신 클리버 의원은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취지에서 다른 신의 이름을 호명한 것이다. 마지막에 ‘에이멘(amen·아멘)’ 대신 ‘에이멘 그리고 에이우먼(amen and awoman)’이라 한 것이 절정이다. ‘에이멘(amen)’은 ‘그렇게 되소서’라는 뜻의 히브리어에서 온 말로 성별과 무관한데 영어의 남성을 의미하는 ‘맨(men)’이란 단어가 들어 있어 성차별적 용어로 간주했다.

이보다 앞서 1일, 다수당인 민주당 하원 소위원회는 낸시 펠로시 의장 주도로 황당 규칙 하나를 통과시켰다. 모든 성(性) 정체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아버지(father)·어머니(mother), 아들(son)·딸(daughter), 남편(husband)·아내(wife), 손자(grandson)·손녀(granddaughter)와 같은 단어의 사용을 금한다는 법이다. 여러 성(性) 정체성을 존중하자는 차원에서 ‘성중립적인 용어’를 쓰자는 취지다. ‘아빠·엄마’ ‘아들·딸’ ‘형·누나’와 같이 남녀가 드러나는 단어 대신 ‘부모(parent)’, 자식(child)’ 같은 단어를 쓰기로 한 것이다.

이 법대로라면 아빠, 엄마를 ‘parent 1’, ‘parent 2’로 써야 하나 싶다. 가관이다. 태어날 때부터 모든 생물을 자웅동체나 성별 없이 태어나게 해야 할 지경이다. 언젠가 영국 문화원이 비영어권 102개 국가 4만 명을 대상으로 한 ‘가장 아름다운 영어단어’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mother’라는 단어도 쓰지 못하게 할 판이다. 국내 급진 페미(feminist)들이 본받을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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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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