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2020년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는 바이든의 승리로 끝났고 20일부터 바이든 청부가 출범한다. 바이든의 승리는 트럼프가 주도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 Top-Down 방식의 절차가 bottom-Up 방식으로 바뀔 것이며 트럼프 시기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함께 워킹그룹 중심의 실무 협상이 주를 이룰 것이다.

더군다나 바이든은 취임과 함께 코로나19 대처, 경제회복, 분열된 미국의 통합 등 산적한 국내문제와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 이란 핵 협정 복원 등의 우선적 대외과제에 치중할 것으로 보여 북 핵 등 대북문제는 상당기간 정책 후순위로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이 가다듬어 지고 대북접촉이 이루어지는 시점은 빨라도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에 해당한다. 잔여 임기 1년 5개월을 앞둔 문 정부로서는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바이든 정부의 예상되는 정치일정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사실상 종결되었다는 비판적 의견도 현실적으로 제기 되고 있다.

바이든 당선과 함께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통한 비핵화와 UN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북한의 기대는 무산되었다. 대북제재의 무게를 고스란히 안고 미국과의 직접 교섭이 기약 없이 미루어지고 있는 현 상황은 북한에게도 큰 부담이 될 것이다.

2018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4·27 판문점선언, 6·12 싱가폴 선언, 9·19 평양선언으로 숨 가쁘게 이어진 한반도 평화과정은 2019년 하노이 노딜과 2020년 6월 16일 개성 남북 공동연락소 폭파, 바이든 당선으로 길을 잃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재작동 될 수 있을까?

바이든은 북핵 문제 대응을 정책 후순위에 배치하고 그 불가피성을 한국 정부에 설명하였지만 미국의 권력 이행기에 반복해 온 북한의 전략적 도발에 대한 부담도 인식하고 있다. 미국은 소위 전략적 도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상황을 관리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보이다. 상황관리 요청은 대북제재와 한미동맹의 틀에 묶인 남북관계에 일정한 자율적 공간을 열어 줄 것이다. 북한의 요구를 적절하게 수용하는 카드 없이는 상황관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은 한국의 역할에 대해 강력한 불신을 피력하였다. 한국의 촉진자 역할을 정면 비판하였고 새로운 셈법을 미국에 요구하면서 북미 간 직접 협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에서 북미 간 직접 교섭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북미 간 협상 재개에 한국 정부의 역할이 다시 중요해 지고 있다.

한국은 먼저 미국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로드맵 작성에 개입하고 협의하는 데 외교적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블링컨 국무장관 예정자는 대북 강경론자로 분류되지만 쿠바, 베네수엘라 국교 정상화에 관여하였으며 이란 핵 협정 타결에도 참여하였다. 2008년과 확연히 달라진 2021년 북한의 핵(미사일) 상황은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로 미국의 입장을 퇴행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전략적 인내는 이미 미국 민주당에서도 실패한 정책으로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다.

바이든은 bottom-Up 방식을 통한 실무적 협상을 추인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전개할 것이며 오바마의 이란 핵 협상 과정에서 보여 주듯 비핵화 협상에서 다자간 해법을 제안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하다. 바이든의 이란 핵 협정 복원에 대한 반복된 의사 표현은 리비아 방식의 대안이라는 점에서 그 과정과 원칙에 대한 면밀한 검토 또한 필요하다. 클린턴 정부의 페리 프로세스에 대한 복기 또한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중요한 과제는 조속한 북미 대화 재개의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싱가포르 선언의 계승,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로드맵 작성 그리고 조속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는 공동의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정치 일정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조속한 재작동’이라는 평화코드를 삽입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2018년 한반도의 봄을 되돌아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의 신년사,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선수단 참여, 4·27 판문점 회담, 싱가포르 북미회담, 9·19 평양회담 등의 일정이 숨 가쁘게 진행되었다. 2018년 과정을 되돌아볼 때 주목할 점은 남북 간의 대화와 합의가 북미 간의 대화를 만들어 내는 중심 동력이었다는 점이다. 2018년 11월에 설치된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 간 동력을 통제하고 관리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그 동력이 약화되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결국 북미 간 비핵화 협상(다자간 협상의 형식이라 할지라도)은 남북 간의 자주적인 대화와 합의 그리고 교류협력의 일상화를 토대로 지속될 수 있다. 싱가폴 북미회담 과정에 겪었던 회담 무산의 위기나 하노이 회담이 미국 내부 정치에 활용되면서 실패한 점들은 더 더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동력이 남북한의 신뢰와 교류 협력의 강화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새 아침에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전 사회적 고통 앞에서 평화와 공동번영 통일의 한반도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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