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환 동부본부장
황기환 동부본부장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호랑이의 나라였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도 호랑이가 새겨져 있다. 설화를 비롯해 그림과 조각에도 나온다. 한반도 땅 모양을 호랑이에 빗대기도 한다. 한마디로 호랑이는 우리 민족의 상징이었다.

이처럼 우리 민족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친숙한 동물 호랑이가 언젠가부터 사라졌다. 한국 호랑이는 1927년 경주 대덕산에서 잡힌 이후 종적을 감췄다. 조선총독부가 해로운 짐승을 포획하는 사업을 벌여 아예 멸종시켜 버린 것이다.

사라진 생물은 호랑이뿐 아니다. 소똥 주변에 땅굴을 파고 사는 소똥구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때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한 곤충이었지만 1971년 이후 발견기록이 없다. 사실상 멸종된 것이다. 사라진 소똥구리를 찾기 위해 환경부는 2017년 현상금 5000만 원을 내걸었다. 하지만 한 마리의 소똥구리도 신고되지 않았다. 결국 몽골에서 소똥구리 200마리를 들여와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호랑이와 소똥구리는 멸종위기종 1급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이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해 보호종으로 지정된 생물은 무려 246종에 이른다. 멸종 위기종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 번 사라진 생물을 다시 복원하기는 불가능하거나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소중한 생물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최근 경주국립공원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벌매를 비롯해 참매와 삵, 담비 등 희귀 동물 4종이 살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경주국립공원이 더욱 가치 있는 생태계로 복원될 수 있는 희소식이다. 그동안 경주국립공원은 문화자원 중심의 사적형 공원이었다. 하지만 이제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다. 소중한 자연자원을 본래의 모습 그대로 온전히 지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보호 대책을 내놔야 겠다. 사라진 소똥구리를 찾기 위해 현상금을 거는 안타까운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

황기환 동부본부장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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