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괘불 표현 요소 불화와 연관성…사실적 조각 수법 등 예술적 가치 높아

보물 제2108호 ‘문경 봉암사 마애미륵여래좌상’.
경북 문경시 가은읍 봉암사 옥석대(백운대라고도 함)에 있는 마애미륵여래좌상(聞慶 鳳巖寺 磨崖彌勒如來坐像)이 지난 7일 문화재청으로부터 보물 제2108호로 지정됐다.

이 마애미륵여래좌상(聞慶 鳳巖寺 磨崖彌勒如來坐像)은 1663년(현종 4)에 제작된 것이다.

제작 시기와 주관자, 존상(尊像) 명칭이 풍계 명찰(楓溪 明察, 1640-1708)의 문집 풍계집(楓溪集)에 수록된 환적당대사 행장(幻寂堂大師 行狀)에서 확인된다.

명찰은 17세기 승려 환적당 의천(幻寂堂 義天)의 제자로, 이 책에 의천이 발원해 마애불을 조성한 사실이 기록돼 있다. 환적당 의천은 1603년(선조 36) 구미에서 태어나 11세에 출가해 88세 되던 1690년에 해인사 백련암에서 입적했다.

환적당이 봉암사에서 처음 수행한 것은 60세(1662년)부터 61세까지로, 행장에 의하면 백운대에 이 마애미륵여래좌상을 조성하고, 사적비를 세웠으며 환적암(幻寂庵)을 지었다고 한다.

좌상은 높이가 539.6cm, 너비가 502.6cm로 머리 주변을 깊게 파서 광배 형상을 만들고, 위는 깊고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점차 얕은 부조(浮彫)로 처리됐다.

둥글고 갸름한 얼굴에 오뚝한 콧날, 부드러운 눈매, 단정히 다문 입 등이 자비롭고 인자한 인상을 풍긴다.

특히 얼굴과 자세, 착의법 등 세부표현에서 나주 죽림사 세존괘불탱(1622), 구례 화엄사 영산회괘불탱(1653년)과 같은 17세기 괘불(掛佛) 표현요소를 찾아 볼 수 있어 불화와 상관관계를 엿볼 수 있다.

이 불상의 수인(手印, 불보살을 상징하는 손 모양)은 미륵불의 수인 중 하나인 용화수인(龍華手印)으로, 두 손으로 긴 다발형의 꽃가지를 쥐고 있는 모양이다. 1663년이라는 뚜렷한 제작연대를 염두에 둘 때 마애불 도상이 확인된 기준작으로 중요한 의의가 있다.

문헌을 통해 제작 시기와 제작 동기, 주관자, 도상 등에 대해 고증이 가능한 몇 안 되는 마애불이라는 점, 조선 후기 마애불 연구뿐만 아니라 미륵불상의 도상 연구에 있어서도 절대적인 자료라는 점에서 역사-학술 가치가 높다.

또한, 사실적인 조각수법과 당대 불화와 연관성이 있는 창의적 표현 등 예술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므로, 보물로 지정해 보존할 가치가 충분하다.

이 불상 이마에 옥(玉)이 박혀 있어 아침 동이 틀 때 햇빛이 사방에 반사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일제 때 일본인들이 이 옥을 빼간 것으로 지역주민들은 알고 있다.

그 앞 백운대 너럭바위는 돌로 두드리면 목탁소리를 내며, 1980년 이전 주변 학생들의 소풍과 수학여행 장소로 인기가 높았다.

황진호 기자
황진호 기자 hjh@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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