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천 경운대학교 초빙교수
한태천 경운대학교 초빙교수

5년 전 1월 둘째 주. 필자는 아내가 암 투병 중인 친구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친구야, 힘내라. 금방 죽는 줄 알았던 내 아내, 3년이 지난 아직도 살아있다.” 당시 필자의 아내는 비호지킨 림프종 4기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제를 투약한 후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요양병원에 아내를 두고 돌아온 날부터 아내를 먼저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절망과 혼자라는 공포에 떨었다. 거실에 대낮같이 불을 밝혔지만 캄캄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10여 분도 자지 못하는 밤이었지만 머릿속에는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그야말로 ‘눈앞이 캄캄하고 머릿속이 하얀’ 나날이었다. 그때 친구로부터 받은 전화 한 통은 필자에게 큰 희망의 메시지였다. 항암치료와 두 차례에 걸친 폐 절제 수술을 받은 아내는 건강을 되찾아 5년이 지난 지금도 곁에 있다. 아내는 “당신의 사랑으로 내 병이 나았다.”라고 한다. 첨단 의료기술과 아내에 대한 사랑과 남편으로서의 의무를 다한 결과인 듯하다.

지금 전 국민은 공포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시행하고 있고, 의료진은 검진과 확산 방지에 헌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그 확산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직장 잃은 노동자나 사업장 폐쇄에 들어간 자영업자의 한숨 소리는 땅을 꺼지게 짓누르고 있다. 실직한 분이나 월세도 마련하지 못하는 분은 눈앞이 캄캄하고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을 것이다. 절망과 고통의 연속일 것이다. 혹 고통받는 지인이 있으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자. 누군가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으면, 사랑과 의무로 극복하자.

거시지표로부터 받은 희망의 메시지는 경기회복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단기적 향후 경기동향을 예측하는 각종 경기선행지수가 개선되고 있다. 특히 국내총생산액 GDP의 성장률이 전 세계 1위로 급등하였다. 수출은 전례 없이 증가하였고, 물가는 지속적으로 안정적이다. 믿기 어렵고 믿기 싫은 수치일 수도 있지만 분명 희망의 메시지이다. 그러나 국민이 느끼는 경제 현실은 참담함 그 자체다. 고통을 넘어 공포 상태다. 코로나19 여파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노동자와 그의 가족, 수십 년 간 혼신의 노력을 다하며 일구어온 사업장을 폐쇄해야 하는 자영업자와 그의 가족, 추위를 피해 신문지를 덮고 쪽잠 자는 노숙인과 한 끼 해결을 위해 무료급식소에 줄을 서는 소외된 이들이 너무도 많다.

희망의 메시지는 삶의 활력소가 된다.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힘내세요. 극복할 수 있을 거예요.”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자. 지난해의 고통을 훌훌 털어 보내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여 행복을 추구하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자. 모두가 코로나19의 여파를 무사히 극복하고, 고통받지 않는 행복한 해가 되길 기원하자. 그리고 그들에게 따스한 사랑의 손길을 보내자. 좌절과 절망에 빠진 이들을 사랑하는 것은 타인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환원되어 나에 대한 사랑이 된다. 고통분담은 정부와 국민의 의무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퍼주기니, 선거 선심용이니 하는 말로 폄훼하지 말자. 긴급재난지원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정부의 의무다. 후손에게 무거운 짐을 지운다고 힐난하지 말자. 그들은 물에 빠진 사람처럼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좌절과 절망, 고통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에게 따스한 사랑과 재난지원을 하는 것은 거부해서는 안 될 국민의 의무다. 희망의 메시지와 사랑과 의무로 모두가 행복한 신축년 한 해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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