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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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는 자신의 부(富)를 어떻게 써야 할지 생각하면서 세 가지 안을 종이에 써내려갔다. ①가족에게 재산을 물려준다. ②공공을 위해 쓰도록 유언한다. ③생존 중 재산을 기부한다. 이 셋 중에 그는 ‘생존 중 사회에 기부하는 안’에 동그라미를 쳤다.

그는 우선 도서관부터 짓기로 하고, 맨 먼저 자기가 태어난 스코틀랜드 고향 마을에 공공도서관을 지었다. 그 후 미국 각지에 그가 기금을 내 지은 도서관이 2811개나 됐다. 카네기가 기부한 금액은 모두 3억2465만7399달러였다. 그가 평생 모은 전 재산의 95%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카네기 같이 대부분의 재산을 낸 대기업가 기부자는 없지만 홍길동처럼 이곳저곳에 나타나 어려운 이를 돕는 기부자들이 많다. 10년간 10차례 10억3500여만 원을 기부한 대구 키다리아저씨가 있다. 지난 2012년 1월 처음 대구공동모금회를 찾아 익명으로 1억 원을 전달하면서 그는 스스로 ‘10년 동안 익명 기부’를 약속했고, 지난해 12월 그 10년의 약속을 지켰다.

또 전국의 자선 모금단체에 유명한 이름이 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기부를 하고 가는 ‘김달봉’이라는 이름의 기부자다. 지난 4일 전북 전주에서 공동모금회에 1억2000만 원을 기부하며 남긴 이름이 ‘김달봉’이다. 2018년과 2019년에도 ‘김달봉’이란 이름으로 전북 부안군청에 각각 1억2000만 원씩을 기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모금회에 “소외계층에 코로나 마스크를 전해달라”며 1억2000만 원을 보내왔다. 지난 2016년에는 인천 3구의 공동모금회에 각각 5000만 원씩 1억5000만 원이 전해졌다. 구호 단체 세이브더칠더런에도 몇 년째 연말이면 1억 원씩 기부하는 ‘김달봉’씨도 있다.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에도 2017년부터 2019년까지 5000만 원에서 1억 원씩을 후원한 김달봉씨가 있다. 지금까지 김달봉이라는 이름으로 기부한 금액이 10억 원을 훌쩍 넘는다. 이제 ‘김달봉’은 익명 기부천사의 대명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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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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