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북도내 쓰레기 관련 화재 143건 발생
자연발화·방화 가능성 등 인근 주민들 불안감

지난 9일 포항시 남구 호동쓰레기 매립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나 20여 시간 만에 진화됐다.

포항과 안동, 구미 등 경북지역 쓰레기매립장에서 최근 잇따른 화재가 발생하고 있어 ‘자연발화’와 ‘방화 가능성’을 두고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쓰레기매립장 화재는 불이 붙으면 쉽게 불길을 잡기도 어려워 쓰레기매립장 화재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쓰레기 매립장 화재원인 분석에서 쓰레기양을 줄이기 위한 방화 가능성은 작고 영하의 한파에도 쓰레기 더미는 미생물 발효로 인한 열이 발생해 자연발화가 원인이 될 수 있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8시 7분쯤 포항시 남구 호동쓰레기 매립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20여 시간 만에 겨우 진화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불이 난 곳과 20m 정도 떨어진 곳에 주차돼 있던 1t 화물차 1대가 전소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매립장에는 생활폐기물 9000여 t이 쌓여있어 중장비 등을 동원해 쓰레기 더미를 해체하면서 진화작업을 펼친 탓에 주불 정리 후 잔불 정리에 많은 시간이 걸린 것으로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불이 나자 포항시는 안전문자를 통해 매립장 주변에 있는 아파트 단지 주민들에게 산불에 대비할 것을 알렸고 주민들은 불이 꺼질 때까지 큰 불안에 떨어야 했다.
 

지난 7일 안동시 수하동 광역쓰레기매립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13시간 만에 진화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 7일에는 안동시 광역 쓰레기 매립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13시간 만에 진화됐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헬기와 소방차 등 장비 19대와 1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밤샘 진화 작업을 한 끝에 다음날 새벽 5시쯤 완전 진압에 성공했다. 이 불로 쓰레기 50t이 불에 탔다. 특히 안동 광역매립장은 지난해 6월에도 같은 장소에서 불이나 11시간 만에 진화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구미시 산동면 생활폐기물 매립장에서 불이나 8일 만에 꺼졌다. 일주일 이상 계속된 이 불로 1만7000여 t에 이르는 쓰레기가 재로 변했고 인근 산동면과 장천면, 옥계동 주민들은 불이 완전히 꺼질 때까지 연기와 악취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 불은 자연발화가 원인인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했다.

이처럼 최근 경북지역에 잇따른 쓰레기 매립장 화재로 인해 화재 발생 원인과 예방대책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및 경북지역 쓰레기 관련 화재 발생 건수 소방청 자료

경북일보가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을 통해 최근 3년간 국내 쓰레기 관련 화재 발생 건수를 분석한 결과 2018년 2457건이었던 화재 건수는 2019년 2550건, 지난해 2945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경북지역도 2018년에는 63건에 불과했던 쓰레기 관련 화재 발생 건수가 2019년에는 72건으로 소폭 증가하더니 지난해에는 143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경북지역의 월별 쓰레기 관련 화재 발생 건수는 1월 8건, 2월 5건, 3월 23건, 4월 25건, 5월 18건, 6월 11건, 7월 4건, 8월 8건, 9월 5건, 10월 7건, 11월 19건, 12월 10건으로 기록되면서 봄이 시작되는 3~5월에 집중적으로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쓰레기 매립장의 화재 발생 원인은 대다수가 ‘자연발화 추정’ 또는 ‘원인을 알 수 없음’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최근 북극한파가 이어졌는데도 자연발화가 가능한 일이냐”며 “쓰레기 매립량이 한계에 다다르니 일부러 불을 내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온이 낮다고 쓰레기 더미에서 자연발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며 방화에 대한 가능성도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안동과학대학교 소방안전과 한완수 교수

안동과학대학교 소방안전과 한완수 교수는 “쓰레기 매립장 화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자연발화 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퇴비 더미를 보면 추운 겨울이나 비가 오는 날에도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현상을 볼 수 있다”며 “이는 깊은 쓰레기더미 속은 영하의 기온이 아닐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유기물과 미생물에 의해 충분히 발열이 생길 수 있고 이러한 현상이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쓰레기 매립장 화재 원인 규명이 어려운 이유로는 일반 가정과 공장 등의 화재 현장에서는 불이 시작된 지점을 조사를 통해 비교적 쉽게 찾아낼 수 있지만 쓰레기매립장의 경우는 쓰레기 더미를 모두 파헤치며 조사를 하더라도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는 환경이 모두 비슷하므로 원인을 찾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화 의혹에 대해서는 “공설매립장에 불을 태워 쓰레기양이 많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산불 발생 우려와 처벌 등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부러 불을 내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최근에는 공설 매립장별로 CCTV도 설치돼 있어서 더더욱 방화에 대한 가능성은 작다”고 덧붙였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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