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제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공중제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공중제비를 돌았다
꿈속이었다

빨간 셔츠의 선수가 잔디 위에서
펄쩍 뛰어오르더니
공중제비를 돌았다

당나귀가 한밤중에 마구간을 뛰어넘어
공중제비를 돌았다
긴장을 완화하는 한 방법이라고 했다*

기쁨이 지나갔다
슬픔이 지나갔다
발을 굴렀다

공중제비를 돌았다

혼자였다

*제임스 테이트의 시 「무한한 시간」에서 인용 변주.


<감상> 축구 선수가 슛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로 공중제비를 돕니다. 관중들의 환호로 선수의 기쁨은 배가 됩니다. 기쁨의 순간도 잠시뿐 관중과 상관없이 각자도생의 길을 가야 합니다. 슬픔이 몰려오면 공중제비를 넘는 사람이 있을까요. 꿈속에선 공중제비는 물론이고 날개가 없음에도 잘도 날아다니곤 합니다. 그러면 슬픔이 조금은 덜어질까요. 방금 좋은 일이 생겨 기뻤는데, 되돌아서니 슬픔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삶은 긴장과 완화의 연속입니다. 긴장을 완화하려고 공중돌기를 해보지만 결국 감당해야 할 몫은 혼자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완화하면 아무것도 능히 감당할 수 없어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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