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 한동대 통일한국센터 교수, 유라시아 원이스트씨포럼 회장
정진호 한동대 통일한국센터 교수, 유라시아 원이스트씨포럼 회장

2020년은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난 한해였다. 팬데믹 생존 위기가 온 세상을 엄습하였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많이 회자된 단어 중 하나가 비대면 또는 언택트라는 말이다. 팬데믹으로 몰아닥친 감염병 공포 속에 사회적 격리가 일상화되면서, 항상 만나고 모이던 일터와 쉼터와 종교시설이 집합금지 명령의 된서리를 맞았다. 그리고 비대면 사회에 대한 담론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직면한 상황이 과연 비대면인가?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비대면 사회인가? 

작년 11월 20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국제항만물류포럼에 토론자로 초청되어 남북물류세션에서 스피치를 했다. 3차 팬데믹으로 거리두기 격상 직전 아슬아슬하게 열린 대형 컨퍼런스였다. 수십  명의 발표자와 수백 명의 국내 참가자와 보도진뿐 아니라, 런던 싱가포르 로테르담 같은 항만 도시를 연결하고 미국 독일 브라질에서 참가한 다양한 정치 경제 분야 강연자 등 국가와 지역을 뛰어넘는 인사들의 생생한 현장 발표가 동시통역을 통해 유튜브로 중계되면서 수천 명이 온라인으로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일주일 후에는 영국의 한국 대사관과 민주평통에서 주최하는 UK Peace Forum의 토론자로 참여하였다. 각국의 여러 석학들을 대면하여 한반도 통일문제와 남북미 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 세계에 흩어진 각양 국적의 시청자들이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그리고 확신했다. 우리가 준비할 것은 비대면 언택트 사회가 아니라 초대면 수퍼택트 사회라는 것을. 코로나 이전 과거에는 행사장에서만 대면하여 진행하던 포럼을 수천명 단위의 참가자가 동시 접속하여 대면하는 초대면(Supertact)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언택트가 아니라 수퍼택트, 비대면이 아니고 초대면 사회가 시작되었다. 

초대면 사회는 이제 막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그 경쟁은 IT 인프라와 AI기술 그리고 5G, 6G를 구현하는 빅 데이터 싸움이 될 것이다. 코로나가 불을 지폈을 뿐이다. 백신이 개발되고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이전의 대면 사회로 원위치로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그 순간 그 사람, 그 학교, 그 교회, 그 회사, 그 조직, 그 국가는 이제 초대면 사회의 경쟁에서 후진으로 밀려날 것이다. 그 변화의 바람은 정치와 비즈니스와 유통산업, 교육과 종교, 문화 예술과 체육 및 관광 등 분야를 망라하여 폭풍처럼 밀어닥칠 것이다. 지금은 혁명의 전환기다. 그래서 더러는 부작용과 불만 섞인 항의와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폭풍은 그 모든 것을 잠재울 것이다. 

올해 초 1차 팬데믹하에서 지난학기 첫 줌 강의를 시작한 이래, 줌의 일상화가 일어났다. 도무지 근접하기 힘든 각국의 석학들을 웨비나에서 만나고, 하룻저녁에도 온라인 줌 화상 컨퍼런스가 몇 개씩 중첩되는 일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제부터는 기술 경쟁이 기하급수적으로 가속될 것이다. 코로나의 잠복기가 있듯이 앞으로 2-5년간이 초대면 사회가 폭발하기 위한 기술 잠복기가 될 것이다. 가상 교실 속 회의장에 원탁을 마주하고 둘러앉은 참여자들의 홀로그램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초대면 교육과 비즈니스 회의가 실시되는 장면들을 보게 될 것이다. 10-15년 안팎으로 전 세계 대학에서 입학한 인종을 초월한 학생들의 홀로그램 대학 교실에 각국의 언어로 실시간 통역되는 강의와 토론이 진행될 것이다. 교실 시험장에서 치러지는 수능 시험은 역사책에 기록될 옛 제도로 남게 될 것이다. SF가 현실이 되는 상황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온라인 쇼핑의 급증으로 택배기사들이 사망하는 사고들이 이어지고 있다. 큰 변화에 직면한 물류시장도 B2C(비즈니스 to 커스터머) 시장을 연결하는 중간 연결자 캐리어(Carrier)의 역할이 더 중요하게 될 것이다. 기술적 전환기에 택배 기사의 역할이 부상되었지만, 조만간 그들을 대치할 수퍼 테크놀로지가 등장하여 드론 배송이 확대될 것은 명약관화해 보인다.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 항공 산업과 크루즈 여행 및 관광 호텔 업계에도 근본적 변화가 예상된다. 바이러스 프리(free)한 무접촉 개인 캡슐형, 또는 가족 단위의 분리형 세트 공간이 비행기 마다 크루즈 객실마다 공급될 것이다. 아침마다 슈트(chute)를 통해 신청 메뉴가 직송되고, 밤에는 벽면 스크린을 통해 입체적으로 튀어나오는 홀로그램 콘서트와 뮤지컬을 즐기고, 낮에는 모든 교육과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전환이 될 것이다. 그 속에서 정치 경제적 기술적 양극화는 심화되고 새로운 유형의 기술 노예와 빈민이 양산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을 위로할 종교의 역할은 어디로 가는가? 

종교계의 개혁도 가히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팬데믹 초창기 비대면 예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부 보수 기독교계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과 항의가 터져나오고 있다. 그러나 점차 유튜브 온라인 실시간 예배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성도들의 대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습관에 따라 할 수 없이 등록된 교회에 가서 듣기 싫은 설교를 강제로 들을 필요 없이, 뛰어난 설교자들을 따라 전세계에서 동시접속하는 온라인 대형교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조만간 홀로그램으로 함께 하는 온라인 세례식과 성찬식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예배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 변화이다. 기독교는 예수의 부활 이후에 성령의 시대가 되었다고 천명하고 있다. 굳이 건물 교회에 모이지 않아도 각 사람 성도들이 교회이고 초월적 하나님인 성령이 성도 안에 내주하기 때문에 독립적으로도 얼마든지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실로 유비쿼터스적 발상이 2,000년 전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는 과거의 전통에 사로잡혀서 거대한 바실리카와 고딕식 성당과 대형 교회를 만들어서 모이려는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코로나로 인해 강제로 2,000년 전에 선포되었던 초대면 예배가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굳이 대형 교회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지고, 특히 신천지 같은 골방 모임에 현혹될 필요도, 광화문 태극기 집회 같은 광야 모임에 나가서 소리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빛의 속도로 움직일 때 일어나는 현상, 유비쿼터스 예배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예수는 십자가를 지기 직전 마지막 때에 되어질 일에 대하여 제자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사람들이 너희에게 말하되 보라 그리스도가 광야에 있다 하여도 나가지 말고 보라 골방에 있다 하여도 믿지 말라. 번개가 동편에서 나서 서편까지 번쩍임 같이 인자의 임함도 그러하리라. (마태복음 24:26-27)” 

마치 번개처럼 빛의 속도로 세상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움직이며 동시에 접속되어 한꺼번에 대면하는 초대면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초대면 세상 속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비대면 비접촉 지역, 남과 북!, 어떻게 이 장벽을 넘을 것인지, 그것이 올해 우리가 넘어야 할 숙제요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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