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술 오천고 교사
황인술 오천고 교사

상상력이 빈곤한 이 시대 꿈꾸고 애쓰면 그래도 살아갈 희망이 있는 신축년 흰 소의 해이다. 불교에서 흰 소는 수행과 깨달음의 상징으로 신성하고 지혜로운 기운을 띤다고 한다. 중국에서 소는 고초를 견디는 인고의 상징으로 오곡 농업의 신인 신농이다. 왕조의 전제적 통치하에 말없이 괴로움을 찾아내던 숱한 중국의 농민들 심성에 소를 견주는 경우도 많다.

소와 관련된 격언으로 등에 무거운 짐을 지고 길을 나서 먼 곳에 이르는 행위를 가리키는 부중치원(負重致遠)의 말에 직접 등장하는 동물은 우둔해 보이지만 느린 걸음의 소이다. 소는 신의 가축으로 오랜 세월 인류와 함께한 가장 오래된 가축 중의 하나로 기원전 6000년경 서남아시아와 인도에서 인간에 의해 길들여 졌다.

인류 최초의 예술 작품으로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의 주인공은 붉은색의 살집 좋은 소이다. 기원 전1~2세기 김해 조개더미에서 소의 치아가 출토되었으며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는 소를 비롯한 가축을 관명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고구려 고분 안악3호분 벽화에도 소가 여물을 먹는 외양간이 그려져 있다.

신라 지증왕 3년(502년) 소를 이용한 논밭갈이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고려왕은 소 80마리를 2마리씩 쟁기에 걸어 밭갈이 의식을 했다는 기록이 고려사에 나온다. 조선시대 임금들이 지낸 선농제는 오곡의 신인 신농과 후직에게 제사를 올리고 직접 쟁기질해 밭을 갈며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를 하였으며 정월 초하루 새벽에 소가 울면 그 해는 풍년이라고 했다.

조선역사에서 신축년은 아홉 번 있었다. 소띠의 역사적 인물은 세종대왕(1397) 원효대사(617) 고려말 충신 정몽주(1337) 독립운동가 김좌진장군(1889)가 소띠 해에 태어났다. 18세기 후반 단원 김홍도는 풍속화 논갈이에서 농경사회에 부지런한 소와 인간과의 관계를 생구(生口)라고 불릴 만큼 친근하게 묘사하고 있다.

오늘날 소와 관련된 지명은 총 731개로 시인 정지용은 향수에서 ‘얼룩백이 황소가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이라 노래하며 고향 풍경에 느린 걸음의 소를 등장시키고 있다. 물살에 몸을 맡기는 소는 살아남는다는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고사성어를 기억하면서 일상의 평화를 말할 자신이 있어야 한다.

신축년 새해 새 길에 서 있는 사람들 켜켜이 쌓아갈 시간들 고난의 창 넘어 상실감이 없는 희망을 꿈꾸면서 모두 물처럼 흐르는 시간 속에서 절망을 밀어내고 매서운 날이 와도 꺾이지 않고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존재 이유를 발견해야 한다. 매일 아침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결심이 결실로 열매 맺기를 바라며 눈빛의 따스함으로 지혜롭게 보상받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삶의 시작과 끝 그것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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