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보여주기식 MOU가 능사는 아니다
[데스크칼럼] 보여주기식 MOU가 능사는 아니다
  • 황기환 동남부권 본부장
  • 승인 2021년 01월 17일 16시 10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1월 18일 월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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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환 동남부권 본부장
황기환 동남부권 본부장

어떠한 거래를 시작하기 전에 쌍방 당사자의 기본적인 이해를 담는 문서를 양해각서(MOU)라 한다.

원래 국가 간 정식계약에 앞서 체결하는 협력문서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국가뿐 아니라 기관, 기업, 지방정부 사이에도 다양한 형태로 쓰이고 있다. 한마디로 MOU는 정식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의견을 조율하는 제한된 수준의 문서에 불과하다.

당연히 어떠한 법적 효력도 갖고 있지 않다. 이는 MOU 체결 시 좀 더 깊이 있는 검토와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MOU를 마치 경쟁하듯이 체결하고 있다. 무분별하게 남발한 MOU는 자칫 행정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경주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주시는 2019년 3월 안강읍 검단산업단지 내에 투자금액 600억 원대의 ‘전기자동차 사업’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기자동차 제조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양해각서 체결식에는 200여 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전기차 완성차 공장 유치는 주낙영 시장의 역점 공약사항으로, 시민의 관심이 그 무엇보다도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경주지역 어디에도 전기자동차 생산 공장은 들어서지 못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는 투자기업 간 의견 불일치와 국내외 경기침체 등의 요인으로 다소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MOU가 이미 공수표로 변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이러한 업무협약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9년 2월에는 강동면 왕신리에 있는 강동산업단지 내에 전국 최대 규모인 200MW급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조성하는 투자유치 MOU를 체결했다. 이를 위해 총 1조 4000억 원의 ‘통 큰’ 투자유치를 이끌어 냈다고 홍보했다. 2023년까지 5년 동안 2000여 명의 일자리 창출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 사업도 시행에 참여한 일부 업체 간 의견이 충돌하면서 사업을 포기하는 바람에 진행이 지지부진하다.

이런 와중에 경주시는 또 지난해 11월 같은 강동산업단지 내에 100MW급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24년까지 5년 동안 7100억 원을 투자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수소연료발전소를 유치하는 쾌거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60여 명의 전문인력 고용과 투자유치 인센티브 113억 원을 받아 지역개발에 재투자한다고도 했다. ‘데자뷰’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 2016년에는 국내 굴지의 기업과 1조 200억 원을 투자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기업이 천북관광단지 조성에 8200억 원, 보문에 경주의 비벌리힐즈라 할 수 있는 최고급 빌리지 조성에 2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그러나 사업 계획을 발표한 지 만 5년이란 세월이 가까워 오지만, 천북골프장 조성 외 별다른 사업 진척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 MOU 남발이란 비아냥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경주시는 최근 총 17건 2조6332억 원의 MOU를 체결해, 그중 5건의 투자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는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무리하게 추진하는 MOU는 예산이나 행정력 낭비는 물론,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란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갖가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MOU가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는 지자체의 홍보용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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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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