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호 한농연 경북도연합회장 인터

한용호 한국농업경영인경상북도연합회 회장이 13일 대구 북구 농업인회관에서 진행된 경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농업인들이 겪은 어려움과 신임 회장으로서의 각오를 밝히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농업 단체도, 농가들도 후계(後繼)가 필요합니다. 2세대가 없으면 농업은 연명할 수 없어요”

한국농업경영인경북도연합회 한용호 신임 회장은 경북 농업계에 젊은 청년층 유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한농연경북도연합회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그는 협회에 청년위원회를 꾸리겠다고도 공약했다. 전국에서 농업 규모가 가장 큰 경북과 지역 농업계를 대변하는 한농연경북도연합회의 명맥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만 18세 이상부터 만 40세 미만 농업경영인에게 3년 동안 지원금을 지원한다. 젊고 유능한 인재의 농업 분야 진출을 촉진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면서 농가 경영주의 고령화 추세를 완화하는 등 농업 인력 구조를 개선하는 게 목적이다. 일명 ‘청년 농업인 육성 정책’인데, 독립경영 1년 차는 매달 100만 원을, 2년 차와 3년 차에게는 각각 90만 원과 80만 원 매달 지급된다.

하지만 정부의 각종 지원책에도 농업업계는 점점 늙어가고 있다.

지난해 5월 기준 농협 전체 조합원 210만여 명 가운데 40세 미만 청년조합원은 약 3만 명(1.5%)에 불과하다. 반면 65세 이상 조합원은 약 120만 명(57.6%)으로 농업 경영인 절반 이상이 고령이다.

한 신임 회장은 청년들에게 “농업도 괜찮다”고 권유했다. 정부 지원책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지원도 이뤄지는 데다 농업 경영에 필요한 사전 교육도 받을 수 있는 ‘농업 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농업 경영인 평균 나이가 65세인데, 우리 1세대들은 하나를 가르치면 하나를 안다”면서 “머리가 좋은 젊은 친구들은 하나를 배워도 2∼3가지를 깨우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일반 직장생활보다 나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 “청년 농업인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같은 온라인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익숙한데, 직거래나 판로를 잘 찾아 유통에 드는 비용을 줄여 더 큰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며 “억 대 연봉을 벌어들이는 청년 농업인도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한 신임 회장은 현재 연합회에 가입하지 않은 청년들을 영입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농연경북도연합회 청년위원장을 세우고, 경북 23개 시·군에 청년위원회를 꾸려 연합회 후계 양성에 힘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농협경제연구소가 지난해 10월 12일부터 19일까지 조사한 ‘청년 농업인 육성 및 조합원 유입 관련 청년 농업인 인식 및 시사점’에 따르면, 비조합원 청년농의 21.6%는 ‘납입출자금에 대한 부담’을 조합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로 내세웠다. ‘부모님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서’(21.3%), ‘가입해도 혜택이 크지 않을 것 같다’(13.8%), ‘조합원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해서’(11.8%), ‘협동조합에 대해 잘 몰라서’(8.6%), ‘세대 차이로 의견 반영이 안될 것 같아서’(5.7%) 등도 조합활동에 나서지 않은 이유로 꼽혔다.

한 신임 회장은 “기존 청년 농업인들이 조직적으로 활동해야 농업계가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며 “지금은 청년들이 아버지뻘 되는 사람들과 함께 협회에서 활동하기에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은데, 부자(父子) 등 가족 단위로 가입한 회원들이 있어 청년층이 일부 있다. 이들과 함께 청년위원회에 젊은 친구들을 영입해 연합회를 발전시켜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비용을 내면서 연합회에 가입을 해도 무슨 이익이 있나’라는 인식이 많다”며 “농업 정책에 대한 대부분 건의사항이 한농연에서 나오기 때문에 청년 농업인들이 협회 활동을 하면서 건의하고 싶은 안들을 반영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한농연경북도연합회 한용호(왼쪽) 신임 회장이 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만나 지역 농업계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농연경북연합회 제공
한농연경북연합회가 풀어야 할 숙제는 청년 유입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손’이 급감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농가의 고질병인 인력 부족이 심화한 실정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외국인 근로자 도입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전체 쿼터 5만6000명 가운데 약 3만 명이 고용허가서를 발급받고도 우리나라로 입국하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기준 농축산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 6400명 가운데 777명만이 입국하는 데 그쳐 경북을 비롯한 대부분 농가가 인력 부족에 허덕였다.

정부가 올해 도입 규모 5만2000명 가운데 2만2000명에 대한 고용허가서를 상반기에 발급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평년 도입 인원(3만1200명) 수준보다 낮아 새해부터 인력 부족이라는 고질병이 지속할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외국 인력에 의존하는 국내 농가’라는 인식이 공식으로 자리 잡은 만큼, 정부와 지자체에서 구체적이고 세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신임 회장도 정부와 지자체가 제도적으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농가와 같은 곳에서는 일 년 치 봉급을 책정해 주급·월급으로 근로자를 고용하지만, 수확을 해야 금전적 여유가 생기는 소농가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기조차 쉽지 않다”며 “지자체가 농가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과 기간을 파악해 농가에서 외부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적정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한 신임 회장은 끝으로 임기 기간에 ‘재해보험에 대한 형평성 문제 개선’, ‘판로개척’ 등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농가가 피해를 보지 않아도 같은 지역에 냉해 등으로 재해 피해를 본 농가가 있으면 지역을 묶어 보상비율을 줄여버리거나 보험료를 올려 부담을 준다”며 “농가가 재해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농업 현실에 맞지 않는 재해보험의 보상비율을 농민들과 의견을 교환하면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토론회나 공청회를 통해 재해보험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 농업인들의 불만이 덜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판로개척은 현 농업인과 미래 농업인들을 위해 계속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농협 하나로마트와 농협몰과 같은 판로는 청년 조합원을 유입할 수 있는 요소로도 꼽힌다.

한용호 신임 회장은 판로개척 등 지역 농가의 수익 창출을 위한 활동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럭장사부터 대형마트 납품까지 다양한 판로가 많은데, 지자체가 권역별로 대형유통센터를 만들어 판로를 만들어준다면 농가에서 최소한의 수익은 확보될 것”이라며 “농업인이 농사만 지을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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