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태양이 막 떠오르기 직전
드립 커피의 맛은 뜨거운 반동이다
바람 부는 강가
탱탱한 빛의 웅얼거림처럼

식물도감 속 해묵은 먼지도
향기에 취해 안데스산맥 기슭을 떠올린다

그 속내 다는 몰라도
과거 미래가 뒤섞인 촛불만큼은 아니어도
부풀어 오른 절절한 그리움만큼
얼마간 글썽이는 기슭인 것이다

간이역 지나 강을 건너
멀어지고 있는 기차 소리가 내 혀에 녹는다
이미 떠난 잡음에 귀 열지 말라는
끊어진 끈에 미련 두지 말라는

커피와 나는 가깝고도 먼 미래
콜롬비아 향의 본질이 어떠하든
책과 연필의 관계가 어떠하든
반동을 경험한 입술은 붉고 도톰하다


<감상> 시인은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면서 향기를 맡고 천천히 어느 기슭에 가 닿지요. 특히 태양이 뜨기 전에는 파도처럼 그리움의 파랑이 밀려오죠.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 뜨거운 반동이 오감으로 작용해요. 눈물 글썽이는 내 마음의 마을이 있고, 기차 소리처럼 아득한 시절 인연이 있고, 과거나 미래나 향기로만 남아 있어도 좋을 추억이 남아 있으니까요. 커피와 나 사이처럼 가깝게 느끼지만, 너무 멀어 닿을 수 없기에 미련을 떨쳐버릴 수 없겠지요. 사랑과 그리움의 본질은 변하지 않기에 추억을 연필로 풀어낸 흔적이 바로 시(詩)일 테죠. 커피의 반동을 경험한 붉고 도톰한 입술처럼.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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