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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색의 향기] 노블레스 오블리주
  • 정극원 대구대 법학부 교수·전 한국헌법학회 회장
  • 승인 2021년 01월 20일 17시 07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1월 21일 목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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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극원 대구대학교 법학부 교수·전 한국헌법학회 회장
정극원 대구대학교 법학부 교수·전 한국헌법학회 회장

한파를 녹이는 훈훈한 감동입니다. 경상북도 사랑의 온도탑이 모금 시작 43일 만에 101.1℃를 돌파하였다고 합니다. 2020년 12월 1일에 모금 캠페인을 시작하여 작년보다 19일이나 빠른 지난 1월 12일 희망 모금액을 넘어선 129억 원을 조기 달성하였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 이룬 쾌거입니다. 경북도민들이 보여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고 그 값진 결과입니다,

‘고귀하게 태어난 사람은 고귀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그 어원은 닭의 사명은 노블레스(벼슬)를 뽐내는 것이 아니라 오블리주(달걀)로 기여하라는 것입니다.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에 인구 약 7만 명의 항구도시 ‘깔레(Calais)’가 있습니다. 깔레 시청 안에는 세계의 조각품이 하나 있습니다. 로댕이 10년에 걸쳐 1893년에 만든 ‘깔레의 시민’입니다. 목에 밧줄을 감은 6명의 시민이 고통스런 표정으로 사형장으로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조각한 작품입니다. 이 조각품은 여러 명을 동시에 조각하는 ‘군상’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1337년부터 1453년까지의 프랑스와 영국 간의 백년전쟁 때 깔레의 시민은 영국에 끝까지 저항하다가 1347년 항복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에 프랑스에서 치열하게 전개된 레지스탕스는 바로 이러한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입니다. 화가 난 영국왕 에드워드 3세는 깔레 시민들의 생명을 보장하는 대신에 시를 대표하는 명망가 6명이 목에 밧줄을 매고 영국진영으로 와 처형당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때 깔레에서 제일 부자인 ‘외스타슈 드 피에르’가 제일 먼저, 이어 시장인 ‘장 데르’, 부자 상인 ‘자크 드 위쌍’과 그의 사촌인 ‘피에르 드 위쌍’이 차례로 나서자, 이를 보고 감격한 시민 3명이 더 지원하여 총 7명이 되었습니다. 외스타슈 드 피에르는 제비를 뽑으면 인간인 이상 행운을 바라기 때문에 처형장에 제일 늦게 나오는 사람을 빼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6명이 처형장에 모였을 때 외스타슈 드 피에르가 모습을 안보이자. 시민들이 그의 집으로 달려갔을 때 그는 이미 자살한 후였습니다. 처형을 자원한 7명 가운데 한 명이라도 살아남으면 순교자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선택이었습니다. 왕비의 임신 소식과 동시에 이에 크게 감동한 ‘에드워드 3세’가 자비를 베풀어 처형을 전격 취소했습니다. 몇 백년의 시간이 흐른 후 깔레시의 요청으로 로댕이 세계의 조각상 ‘깔레의 시민’을 만든 것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자 프랑스의 위대한 정신이며 명예가 된 것입니다.

선명한 색채도 시간이 흐르면 퇴색하기 마련입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더욱 빛나는 것도 있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입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시대를 넘어 그 정신은 거듭 되살아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그 실천이 어디 한 둘이었겠습니까. 경주 최 부자집과 전남 구례 운조루가 우선 떠오릅니다. 경주 최 부자집은 가훈인 ‘재산을 만석 이상 모으지 말라.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등을 수 백년 동안 옹골차게 실천한 진정한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입니다. 전남 구례의 운조루는 조선 영조 때 삼수부사를 지낸 유이주가 세운 고택입니다. 사랑채에서 안채로 들어가는 곳에 있는 쌀독에 ‘다른 사람도 열 수 있다’는 뜻의 타인능해(他人能解)를 써놓았습니다. 주변의 배고픈 사람들이 아무 때나 와서 쌀을 퍼가도록 한 것입니다.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깨어있는 정신이고 고귀한 실천의 전형입니다.

그 누구라도 노블레스 오블지주의 실천 소식에 감동을 합니다. 그러나 누구나 다 실천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대를 초월하여 늘 그러하였듯 이제 우리 모두가 이를 실천할 때입니다. 우리는 선조들로부터 그런 유전자를 물려받은 민족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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