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량진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김량진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오늘도 하루가 지나고 해가 집니다. 오전에는 커피를 사려고 예천에 다녀왔습니다. 점심은 돼지 국밥을 먹었고요.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썰렁한 겨울의 산과 들판을 바라보았습니다. 싸늘한 죽음…. 겨울은 죽음의 계절이지만 무의미한 죽음의 계절은 아닙니다. 한 생명이 끝나고 새봄에 태어날 생명을 잉태한 죽음입니다.

생명이 있으니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으니 새로운 생명이 있습니다. 삶 속에 죽음이 있고, 죽음 속에 삶이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어떠한가요? 우리도 태어났으니 언젠가는 죽게 되겠지만 그 죽음 뒤에 인연법을 따라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삶은 무엇인가요? 우리의 인생은 양파껍질과 같아서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껍질을 벗기고 벗겨 보지만 결국에는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습니다. 인생 그 자체에서는 의미를 찾을 수 없습니다. 자기가 자신의 삶에 부여한 의미 만큼만 인생에 의미가 있습니다. 부지런히 일을 하고,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무엇인가 열심히 배울 때, 즉 우리가 그것들에 의미를 부여한 만큼 인생은 의미가 있습니다.

갈수록 인정이 없는 삭막한 세상에서 우리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될 때 세상은 살맛이 나겠지요. 서로가 서로에게 무관심(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 있는 관계가 되기 위해 김춘수 시인은 ‘꽃’이란 시에서, 내가 의미 없는 누군가(단순한 몸짓에 불과한 대상)를 꽃이라고 이름을 불러 준(의미를 부여한) 것처럼 그도 나의 이름을 불러서, 내가 그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요청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의미 있는(사랑하는) 존재가 되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지요.

많은 종교와 철학에서, 모든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사랑의 성품을 부여받았다고 합니다. 단지 우리가 버려두고 돌보지 않았기에 잡초가 무성하고 먼지가 끼게 된 것 뿐이라구요. 다시 태어날 봄을 준비하기 위해 인고의 긴 겨울잠에 들어간 초목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모든 시련을 견디며 자신과 타인을,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바깥에서 까깍- 까깍- 까까깍- 하는 까치 소리가 들리더군요. 오늘 하루 무슨 좋은 일이나 행운은 없었지만, 먼지 날리는 복잡한 도시에서는 들을 수 없는 까치 소리를 아침마다 듣는다는 것 그 자체가 반가운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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