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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 “일본 정부가 진심어린 사과를 한다면 용서할 준비돼 있어”
이용수 할머니 “일본 정부가 진심어린 사과를 한다면 용서할 준비돼 있어”
  • 김현수 기자
  • 승인 2021년 01월 20일 20시 21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1월 21일 목요일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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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결심…모든 피해자 뜻 아냐" 올바른 역사교육관 중요성 강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0일 경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해 소망과 함께 ‘일본이 진심어린 사죄를 한다면 용서 할 마음이 생겼다’며 소회를 밝히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면, 일본을 용서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20일 오전 대구 시내의 한 호텔 로비에서 만난 이용수(93) 할머니는 빨간색 개량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기자를 맞았다. 신축년 새해 소망을 묻는 말에 “진심으로 용서하는 것”이라고 했다.

할머니는 ‘진심으로 용서’할 준비가 됐다고 했다. 진심으로 용서하기 위해서는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앞에서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할머니도 일본 정부를 진심으로 용서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몇 날 며칠일 밤잠을 설치는지 몰라요.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하는 것 하나하나가 너무 힘들어 한숨도 못 자는 날도 많아요.”. 할머니는 눈물을 훔치며 고민을 털어놨다. 할머니의 ‘용서’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모두를 대표하는 ‘용서’가 될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마지막까지 ‘사과’를 받지 못하고 먼저 떠난 언니들에게 맡은 소임을 다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다.

이 할머니는 “사람은 기다려줘도 세월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늦게까지 살아있었으면서 결국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무슨 면목으로 언니들을 보나….”라며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진심 어린 용서에는 30년 동안 위안부 운동을 함께한 윤미향 국회의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할머니는 “윤 의원과 관련된 일은 입에 올리기도 싫다”며 “잘못이 있다면 법으로 처벌을 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서 정의기억연대로 이어지는 30년 동안의 성과는 폄훼 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수요일이라고 하는 날짜는 세계가 다 알게 됐다”면서도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는 안 된다. 교육관을 만들어서 한 사람이라도 올바른 역사를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역사교육관 설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0일 경북일보와의 인터뷰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경북일보TV

지난 13일 이용수 할머니를 포함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선고가 미뤄진 것과 관련해서 “재판장님이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려주실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재판이 연기됐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앞섰다. 재판장님을 믿는다. 아니 믿고 싶다”며 “우리는 호소할 곳이 법밖에 없다. 절박한 마음으로 법에다가 호소하고 있는데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선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은 고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본은 배 할머니 등 12명에게 1인당 1억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대한 일본의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 할머니는 당시를 회상하며 “승소 소식을 들었을 때 손이 떨리듯 기뻤다”며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일본 정부의 사과 한마디면 충분한데 그 말을 듣기가 이렇게 어렵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모든 국민이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같이 의논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며 새해 덕담도 전했다. 정치인들도 당적을 두고 대립하지 말고 합심해 나라에 좋은 일만 생기기 바란다고 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방송용 마이크를 할머니 겉옷에 달아드렸다. 할머니는 마이크 선을 옷 안쪽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고쳐 달았다. “이렇게 해야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며 미소를 짓는 모습은 여느 여성과 다를 바 없었다. 열여섯 꽃 같은 나이에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할머니는 최근 건강관리에 여념이 없다고 했다. 각종 영양제도 빠짐없이 챙겨 드신다. 그동안의 말을 지키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내던지, 사과를 받기 위해 200살까지는 살겠다는 약속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사람은 기다려주지만, 세월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 이 기사는 인터넷 영상뉴스 경북일보TV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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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기자
김현수 khs87@kyongbuk.com

달서구와 서구, 교통, 시민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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