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쾌한 기상의 사냥 그림 민중의 희로애락을 담다

호렵도
민화와 궁중회화 등 우리나라 전통 채색화를 새롭게 해석하는 미술사 시리즈 ‘한국의 채색화 모던하게 읽기’ 2권이 나왔다. ‘삶의 환희를 담은 사냥 그림 호렵도’(다할미디어)이다.

호렵도(胡獵圖)는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의 사냥 그림’을 가리킨다. 흔히 ‘몽고족’의 사냥 그림으로 알고 있거나 ‘호랑이 사냥 그림(虎獵圖)’으로 이해하는 것은 오류다. 이 책은 청나라 사냥 그림(수렵도)이 화원을 포함해 중국의 선진문물을 배우러 간 조선 사신들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해지고, 이것이 민중에까지 널리 보급된 궤적을 밝혔다.

특히 시리즈 1권 ‘세계를 담은 조선의 정물화 책거리’에서 풍속화가로 잘 알려진 김홍도가 능숙한 서양화법으로 책거리를 그렸음을 밝힌 바 있는데, ‘호렵도’에서도 조선에서 처음 호렵도를 그린 화가로 김홍도를 지목한 점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당시 부연사행(赴燕使行)에 참가한 김홍도가 청나라 수렵도를 접하고 ‘음산대렵도’를 그린 기록이 남아있다. ‘음산대렵도’는 전해지지 않지만, 이후 조선에서 그려진 거의 모든 호렵도에 김홍도 화풍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그를 조선 호렵도의 시초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민화의 화목 중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호렵도만의 독특한 미술사적 위상을 드러낸 것이 이 책의 남다른 미덕이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도입된 호렵도의 발전 단계를 3기로 구분하는데, 우선 호렵도 초기 양식을 잘 보여주는 18세기 작품들로 서울미술관 소장 ‘호렵도’(10폭 병풍)와 울산박물관 소장 ‘호렵도’(8폭 병풍)를 꼽았다.

19세기 중반부터 후기까지는 민화가 본격적으로 성행하던 시기로, 호렵도 역시 이 기간 동안 가장 많이 그려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가천박물관 소장 ‘호렵도’(10폭 병풍),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호렵도’(8폭 병풍), 울산박물관 소장 ‘호렵도’(8폭 병풍), 계명대학교박물관 소장 ‘호렵도’(12폭 병풍) 등이 있으며, 이전보다 장식성이 강조돼 화려한 채색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19세기 후반부터는 민화의 저변이 더욱 확대되면서 호렵도 역시 양식의 변형과 파격, 다양화가 나타난 다. 한국미술관 소장 ‘호렵도’(10폭 병풍),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호렵도’(8폭 병풍), 경기대박물관 소장 ‘호렵도’(8폭 병풍), USC 아시아태평양박물관 소장 ‘호렵도’(12폭 병풍)를 들 수 있다.

또한 사냥 그림인 만큼 영모, 인물, 산수 등이 다양하게 묘사되는데, 작품 제작 시기와 상관없이 항상 등장하는 말, 사슴, 호랑이, 매 그리고 19세기 말 이후 주로 등장한 육아백상, 해태, 백호, 기린, 무기류, 의장물 등 호렵도의 소재와 상징에 대해서도 상세히 분석했다.

지은이 이상국 박사는 십여 년 전 호렵도를 처음 접하고, 호쾌한 기상을 담으면서도 민중의 희로애락을 정감 있게 표현한 호렵도에 깊이 빠져들었다. 이후 미술사적으로 호렵도의 위상을 찾고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해 호렵도 연구를 시작했다.

이 책에서는 청나라의 사냥 그림에서 연유한 호렵도가 어떻게 조선에 전해지고 민중에까지 널리 보급됐는지, 민화로 안착한 호렵도의 궤적을 밝혔다. 아직 연구할 것이 많은 호렵도가 전통문화를 사랑하고 전통회화를 계승하는 사람들의 더 많은 관심을 받고 더 활발하게 그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 책에 담았다.

경북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 조선 후기 수렵도 연구로 경주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주대학교 강사를 거쳐 사단법인 한국민화센터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민화 연구와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경상도 유교문자도 연구’,‘18세기 호렵도의 양식적 특징 연구’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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