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법, 원심판결 깨고 징역 25년 선고

대구고법 제1형사부(김연우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자신에게 전 재산을 맡긴 몽골인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강도살인, 사체유기)로 기소된 A씨(60)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몽골 국적의 50대 여성 B씨는 경북 상주시에 살면서 건물 청소일을 하며 3000만 원의 현금을 모았다. 2018년 여름 우연히 A씨(60)의 개인택시를 이용했고, 그해 7월부터 사귀기 시작했다. 모두 배우자가 있었지만, 더 깊은 관계로 발전했다.

자신의 돈 2000만 원을 보태 A씨와 식당을 운영하기로 한 B씨는 지난해 12월 남편에게 “당신과 끝났다”고 한 뒤 몽골로 출국했다. 성관계까지 가진 A씨가 남편과 헤어질 것을 요구해서다. 올해 1월 한국으로 돌아온 B씨는 남편의 연락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도 새로 개통했고, 전화번호 끝 4자리도 A씨의 것과 같게 바꿨다.

그런데 A씨는 다른 마음을 먹었다. 몽골 국적인 B씨가 연고가 별로 없는 데다 남편과 사이도 좋지 않은 반면에 상당한 예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마치 자신도 아내와 헤어진 뒤 돈을 합쳐 식당을 개업해 살 것처럼 행세했다. B씨가 가진 돈을 빼앗기 위해서다.

A씨는 지난 1월 28일 구미의 한 모텔에서 B씨에게 자신이 7000만 원을 낼 테니 3000만 원을 합해 1억 원으로 식당을 운영하자고 제안했고, B씨는 현금 2892만9000원을 찾아 A씨에게 전했다.

1월 29일 A씨는 자신의 택시에 B씨를 태워 평소 지리를 잘 아는 주거지 인근의 인적이 없는 농로로 향했고, 미리 준비해둔 1m 길이의 모내기용 나일론 줄로 A씨를 살해했다. B씨의 돈을 챙긴 A씨는 택시 내·외부 세차에 이어 나일론 줄을 불에 태우는 등 증거를 없앴다. 다음날에는 택시 트렁크에 있던 시신을 구덩이를 파서 묻었고, B씨의 신발과 가방을 드럼통에 넣어 불태우기도 했다. B씨의 돈을 땅 속에 묻어 은닉하기까지 했다. 그는 수사망이 좁혀지자 농약을 마셨다고 주장하면서 병원에 입원했고, 수사기관에서도 농약 중독으로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변명을 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데다 애초부터 돈을 빼앗으려는 목적이 없었다고 하는 등 범행 동기와 경위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내세우면서 책임을 줄이고자 하는 데 급급했다”면서도 “피고인과 합의한 피해자의 남편이 선처를 구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피고인의 주장이 이유 있다”고 밝혔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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