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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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 가지산 정상에서 동북쪽으로 능선을 따라 약 1㎞쯤 가다 보면 ‘쌀바위’가 나온다. 이 바위에는 ‘화수분’ 전설이 있다.

“옛날 수도승 한 사람이 쌀바위 아래 작은 암자를 짓고 살았다. 수도승은 며칠마다 한 번씩 마을로 내려가 동냥을 해 온 쌀로 연명하며 고행을 계속했다. 이런 고행을 가엽게 여긴 것인지 어느 날 바위틈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수도승이 염불을 외고 바위틈에 가 보면 쌀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이날부터 하루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쌀이 매일 바위틈에서 물방울처럼 흘러나왔다. 어느 날 수도승은 더 많은 양의 쌀이 나오게 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도승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쇠꼬챙이로 바위틈을 크게 뚫었다. 그런데 그날 이후 쌀은 나오지 않고 돌 틈에서는 물만 뚝뚝 흘렀다.”

이 ‘쌀바위 전설’ 같은 재물이 계속 나오는 ‘화수분’ 이야기는 ‘이상한 돌절구’, ‘황금알 낳는 닭’ 등 자주 전래 동화의 모티프(motif)가 된다. 대개 주인공이 너무 과한 욕심을 부리면 쌀바위 전설처럼 반드시 화수분의 기능을 상실한다.

코로나19로 입은 자영업 손실보상제를 놓고 총리와 부총리가 설전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시한 ‘자영업 손실보상제 법제화’에 대해 “논의는 하겠지만 과도한 재정지출은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홍 부총리는 SNS를 통해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 같은 부총리의 반기에 정 총리는 “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며 강한 어조로 질타했다.

최소 수십조 원의 재정이 들어갈 법안을 재정 추계도 건너뛰다시피 하고 거대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포퓰리즘 법안 밀어붙이기가 심각하다. 내년 국가채무가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는 ‘빚 1000조국’이 된다. ‘쌀바위 전설’처럼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라는 부총리의 주장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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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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