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주인의 삶과 문학·현판 해설 소개

항산항심(恒産恒心)이라 했다. 벌지 않고는 살수 없는 일. 그가 남이 짜놓은 판에서 벗어나 스스로 짠 판이 ‘화부’다. 부인이 경영하는 삼겹살집에서 숯불을 피우고 고기 자르는 ‘불목하니’가 새로 개척한 ‘프론티어(frontier)였다. 그는 그 일상을 SNS에 ‘화부일기’로 고스란히 공개하기도 했다.

‘홀로 선 자들의 역사, 조선 누정의 비경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서’(김동완 지음,글항아리 출판) 는 2016부터 2년 동안 경북일보에 실린 ‘정자’ 100회 중 35회분을 가려서 엮은 책이다. 코로나 시대에 가족과 함께 답사하기 딱 좋은 누정 안내서다. 정자에 걸려 있는 현판에 대한 해설은 물론 정자 주인과 주인이 교류하던 이들의 삶과 문학도 소개하고 있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됐다. 제 1부는 ‘돌아오다 歸’ 벼슬살이를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와 만년을 보내는 이들의 이야기다. 경주의 독락당 계정과 덕봉정사, 성주의 만휴정, 괴산의 암서재 등이 소개됐다. 제2부는 ‘머무는 자의 내면 處’ 조선 선비의 처세관은 ‘도가 행해지지 않으면 몸을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을 출처지의(出處之義)라고 한다. 나가지 않고 머무는 것을 처(處)다. 거창의 요수정, 경주의 종오정, 포항의 일제당이 그 경우이다.
제3부는 ‘그리움이 향한 곳 慕’다. 조상이나 스승의 덕을 기려 세운 누정을 소개했다. 광주 취가정, 포항 칠인정,제천 관란정, 나주 영모정, 경주 귀래정이다. 제4부 역사와 인간이 함께 쉬는 곳 休‘에는 고성 청간정 무경 교귀정 울진 망양정 등 관청이나 서원 소유의 누정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 김동완은 “누정은 조선의 철학 예술 풍수 건축 지리를 담은 ‘인문학 사전’이며 편액과 산 바위, 물에 붙여진 이름은 ‘고문진보나 동문선’에 다름 아니다”며 “누정이 담고 있는 역사적 메시지와 인문학적 향기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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