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주인의 삶과 문학·현판 해설 소개

홀로 선 자의 역사
그는 자유인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닮았다.생각을 숨기지 않았고 말과 행동에 거침이 없었다. 무엇보다 ‘남이 짜놓은 판’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포항에서 신문기자로 십수년 활동하던 그는 몸을 조여오는 안맞는 옷에 힘들어했다. 결국 포항시청 홍보기획팀장을 끝으로 ‘따박따박’ 월급 나오는 직장생활을 마감한 뒤 언론사 주변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항산항심(恒産恒心)이라 했다. 벌지 않고는 살수 없는 일. 그가 남이 짜놓은 판에서 벗어나 스스로 짠 판이 ‘화부’다. 부인이 경영하는 삼겹살집에서 숯불을 피우고 고기 자르는 ‘불목하니’가 새로 개척한 ‘프론티어(frontier)였다. 그는 그 일상을 SNS에 ‘화부일기’로 고스란히 공개하기도 했다.
김동완 역사기행 작가
김동완이 다시 신문에 이름을 드러낸 것은 5년 전 경북일보에 ‘정자’연재를 쓰기 시작하면서다.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널려 있는 정자를 찾아다니며 매주 원고를 마감했다. 혼자서 운전하고 혼자서 밥먹고 혼자서 취재하고 사진 찍으며 산과 강을 싸돌아다녔다. 그는 이 작업을 ‘노가다적 글쓰기’라고 했다. 낮에는 글쓰고 밤에는 삼겹살을 자르는 ‘주경야돈晝經夜豚’의 투잡을 하면서 2년 동안 100회 연재를 끝냈다. 아쉬움도 많다. 영양 경정에서 취재를 마치고 봉화 청암정으로 가던 중이다.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단체 손님 예약을 받았으니 빨리 돌아오라는 것이다. 봉화청암정이 연재에 실리지 못한 이유다.

‘홀로 선 자들의 역사, 조선 누정의 비경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서’(김동완 지음,글항아리 출판) 는 2016부터 2년 동안 경북일보에 실린 ‘정자’ 100회 중 35회분을 가려서 엮은 책이다. 코로나 시대에 가족과 함께 답사하기 딱 좋은 누정 안내서다. 정자에 걸려 있는 현판에 대한 해설은 물론 정자 주인과 주인이 교류하던 이들의 삶과 문학도 소개하고 있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됐다. 제 1부는 ‘돌아오다 歸’ 벼슬살이를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와 만년을 보내는 이들의 이야기다. 경주의 독락당 계정과 덕봉정사, 성주의 만휴정, 괴산의 암서재 등이 소개됐다. 제2부는 ‘머무는 자의 내면 處’ 조선 선비의 처세관은 ‘도가 행해지지 않으면 몸을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을 출처지의(出處之義)라고 한다. 나가지 않고 머무는 것을 처(處)다. 거창의 요수정, 경주의 종오정, 포항의 일제당이 그 경우이다.

제3부는 ‘그리움이 향한 곳 慕’다. 조상이나 스승의 덕을 기려 세운 누정을 소개했다. 광주 취가정, 포항 칠인정,제천 관란정, 나주 영모정, 경주 귀래정이다. 제4부 역사와 인간이 함께 쉬는 곳 休‘에는 고성 청간정 무경 교귀정 울진 망양정 등 관청이나 서원 소유의 누정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 김동완은 “누정은 조선의 철학 예술 풍수 건축 지리를 담은 ‘인문학 사전’이며 편액과 산 바위, 물에 붙여진 이름은 ‘고문진보나 동문선’에 다름 아니다”며 “누정이 담고 있는 역사적 메시지와 인문학적 향기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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