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한국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
김경민 한국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

부유한 국가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사재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디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세계가 파멸적인 도덕적 실패 직전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이 실패의 대가는 가장 가난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생명과 생계가 될 것이고 코로나19 확산은 더 길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2월말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기니에서는 대통령을 포함한 25명의 관료들이 러시아의 Sputnik V 코비드-19 백신을 접종했다. 거의 한 달이 지난 현재(2021년 1월 23일) 세계적으로는 6천만에 이르는 인구가 백신 접종을 하였음에도 사망률이 2.5%에 달하는 아프리카 대륙 어느 한 나라에서도 서구에서 승인된 백신 한 dose조차 집행되지 않았다. 백신의 양극화가 잔인하게 진행되고 있다. 참고로 전 세계 사망률은 2.14%, 미국의 사망률은 1.7%이다.

또한 세계 인구의 16%의 부자 국가들이 세계 백신 공급의 60%를 입도선매하였다(듀크대학교 글로벌 보건혁신센터). 심지어 호주, 캐나다, 일본 등 세계 확진자 수 1%의 소수 국가들이 확진자 20%가 넘는 라틴 아메리카, 카리브 해의 모든 국가들보다 더 많은 백신을 이미 확보했다. 캐나다는 자국 인구의 5배에 달하는 백신을 확보해서 국제 사회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은 국제적 협력 없이 통제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국가들이 협력보다는 자국 내의 여론과 자국 문제 대처에 더 신경 쓰면서, 지난해 계속해서 나타났던 식료품과 마스크 등의 사재기 현상이 백신 확보 상황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2024년까지도 전 세계 인구의 백신 접종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팬데믹 지옥 아래 백신 양극화의 유령이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악순환 반복의 반복, 코로나19의 확산 및 변이, 그리고 양극화의 심리적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무한 확산되도록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팬데믹과 싸우는 전문가 래리 브릴리언트(Larry Brilliant)는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이 안전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전할 수 없다.”라고 말하며 이것이 팬데믹을 관리하는 가장 기본적인 공리임을 단언했다. 백신은 코로나19의 효과적 관리라는 답을 주는 동시에, 인류의 공존이라는 숙제도 함께 던지고 있는 것이다.

백신은 양극화와 기후정의 등 지구촌 사회가 가지고 있는 난제를 무자비하게 노출시켰다. 패권을 둘러싼 국제정치와 무한 반복하는 자본이라는 욕망 기계를 넘어서는 전 지구적 공존의 경험은 어떻게 가능할까?

우선, 세계정부가 없는 상황에서 패권국들의 이해관계가 관철되는 현 UN과 WHO의 각성이 필요하며, 이미 세계화가 진행된 시점에서 국가주의적 전략으로는 코로나19의 관리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나아가 지구촌 시민사회의 연대와 세계의 공존을 위한 전 지구적 행동이 필요하다. 바이러스에 자발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의료인(Health Care Workers), 노인, 청소노동자 등 필수 노동자, 난민, 이주노동자 등 바이러스에 폭넓게 노출되어 생명과 생존을 위협받는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세계적 차원의 운동이 필요하다. 공존을 향한 마지막 기회를 인간의 승리로 마무리하는 일에 모두가 나서야 할 때이다.

민주주의는 이미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되었다. 그런데 한국의 민주주의는 한국의 특수성을 넘어 아시아로 그리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을 때 민주주의라는 가치의 세계적 보편성을 얻을 수 있다. 국경에 갇혀있는 한국 시민의 민주적 의식은 세계시민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세계 시민의 공존을 위한 투쟁에 이제 우리시민이 나서야 할 대이다.

한국은 팬데믹 상황을 상대적으로 잘 관리하면서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서 세계적 인정을 받고 있다. 전 세계가 유래 없는 혼란과 절망을 겪고 있는 현재, 한국은 자부심과 안도를 넘어 이제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 카리브해,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의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함께 팬데믹 상황을 헤쳐 나가는 따뜻한 인권국가로서의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한국 시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첫 번째는 국제사회에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평등한 백신의 분배”를 위한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Vaccine for Peace! 백신을 통한 평화의 실천! 이것이 100년의 고난을 넘어온 한국이 국제사회를 향해 지금 걸어가야 할 평화의 길이라 제안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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