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때론
사는 일이 다 시시하고 부질없다고 느껴질 때
그럴 일 없겠지만
첩첩산중 홀로 사는 시인을 찾아
그녀가 다니러 오는 날
백 년 만에 내리는 눈
눈도 눈도 그런 본 적도 없는 눈이 내리고
세상과 통하는 길이 다 끊어졌으면 좋겠다
먹는 일도 잊어버리고
이불 속에서 서로의 살이나 파먹으며
몇 날 며칠
벌레처럼 꿈틀꿈틀 파고들어
생애 이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감상> 외롭고 쓸쓸하면 누군가를 그리워합니다. 더군다나 첩첩산중의 시인이라면 더 그러할 테지요. 꼭 한 번 찾아주었으면 좋겠다는 그대가 있기는 있을 겁니다. 물론 그대가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시인은 그 그리움으로 시를 쓰고 있을 겁니다. 어쩌다 한 번 오신다면 백 년 만에 내리는 눈이라도 와서 그대의 발길을 묶어두었으며 좋겠습니다. 그러면 한 이불 속에서 애벌레처럼 꿈틀거리면 살겠지요. 그렇게만 된다면 세상의 근심을 다 잊어버릴 수 있겠지요. 이러한 환상은 생의 이전, 아니면 후생이라도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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