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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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건오징어 두 마리 전자레인지에 넣고 삼십초 두 번 눌
렀다. 너와 내가 굽힌다. 바다를 통째 감지했던 긴 더듬이,
종을 매단 다리들이 몸통 둘을 휘감으며 망가진다. 풍랑을
지우기 위한 비대발괄몸부림

나가자! 뜨겁다 속히
소리치는 나의 입을 네가 막는다, 뜻밖이다

너무 뜨거워!
불구덩이 속에서 나는 소리친다 출구 비밀번호를 마구마구
누른다 암호가 바뀌었거나 고장이다

이왕지사 함께여서 다행이다
숯덩이가 되어라, 한 줌의 재 그것마저 흔적 없게 매매 굽
혀라. 어디에도 끼어들 수 없는 불티들아, 높이 날아 저 광
활한 은하계 솜브레로에서 쿼크에까지

너를 기억하는 길이다
내가 기억되는 길이다


<감상> 시인은 불타오르는 사랑의 공간을 전자레인지에서 우주로 확장시킨다. 마음만 주고 받던 연인은 같은 공간에 있으면 불타오른다. 아무리 나를 싫어한 너도 전자레인지 속이라면 그간의 소원함도 불로 굽혀진다. 함께 몸을 섞으면 출구도 보이지 않는 법이다. 오히려 더 뜨거워진 네가 내 입을 가로막는다. 어쩌면 먼저 네가 후끈 달아있었는지, 몸을 태워 불티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우주에서 가장 작은 입자인 쿼크부터 제일 큰 솜브레로 은하까지 너를 기억하는 길은 무한대다. 너를 기억하는 빛이 우주로 떠돌다가 블랙홀에 빠져도 괜찮다. 내 몸이 너를 기억하고 있으니까.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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